인권위는 20일 부사관 등 직업군인을 선발할 때 소년법 상 보호처분 이력이 인사상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해병대 사령관과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 장관에게는 이같은 처분 사실이 관련기관에 회보되지 않도록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앞서 지난해 해병대 부사관 선발시험에 응시한 A씨는 필기시험 및 신체검사, 인성검사 등을 모두 통과했음에도 "소년법상 보호처분 이력으로 인해 최종 불합격되는 불이익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병대 측은 조사과정에서 "군인사법은 '장교, 준사관 및 부사관은 사상이 건전하고 품행이 단정하며 체력이 강건한 사람 중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수많은 부하들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군 지휘자를 선발할 때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신원조사 시 특이점이 있다고 해당 지원자를 무조건 불합격시킨 게 아니라 종합적 판단 아래 표결로 확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A씨 외에도 전과가 있는 6명이 최종 심사대상에 올랐음에도 합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제외한 '2차시험 합격자'들은 모두 최종합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소년법 제32조 제6항은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목적으로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로서 시행되는 보호처분을 고용상 장애요인으로 삼아 그 입법취지를 몰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이같은 선발행위는 직업군인 임용의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동시에 일반 응시자에 비해 소년법 상 보호처분을 받은 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대우해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신원조사기관에서 제공한 조사자료를 임의로 가공, 가감할 수 없다는 해병대 측 소명을 일부 수용해 "보호처분 기록을 이미 제공받은 상황에서 불이익을 주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개선 책임을 피진정기관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며 "근본적으로 소년법 취지에 맞지 않게 보호처분 이력을 조회·회보할 수 있게 한 관련법 시행령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