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마스크가 백신'…지겹지만 1년 더 ②'폭망'한 자영업, 방역 고삐 풀어야 하나 ③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은? ④조이면 줄고 풀면 느는데…거리두기 딜레마 (계속) |
코로나19는 침방울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사람 간 접촉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 환자 수도 줄어들고, 완화되면 다시 확산되는 것은 경험적으로 증명됐는데, 문제는 유행이 길어지며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거리두기에 대한 반발심이 커졌다는 점이다.
사실상 이번 3차 유행 중에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가 해제된 이유는 방역적 측면보다는 현장의 반발을 이겨내지 못한 면이 커 자영업자들의 수용성을 높일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천지·8월 대유행·3차 유행 잡은 건 거리두기
지난해 2월 18일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대구에서 발견되며 신천지발 대구경북 유행이 확인됐다.
같은달 29일에는 대구에서만 741명이 확진판정을 받으며 유행이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3월 7일이 되자 대구의 확진자 수는 두 자릿수로 내려왔고, 4월이 되자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는 신천지 신도 및 접촉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진단검사·격리 조치가 대구·경북 주민들의 외출 자제와 시너지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기세를 꺾은 비결은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외출 자제 등 모든 것을 참아가며 지킨 시민과 전국민의 TK 돕기"라며 사의를 표했다.
또 신천지발 유행은 전국으로 확산됐지만 타 지역에서는 비상상황까지 발생하지는 않았는데, 이 역시 전국 시민들이 정부의 거리두기 요구에 참여해준 덕분이었다.
이후 4월 마지막주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8.9명을 기록하며 1차 유행은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지역사회 곳곳으로 파고든 코로나19는 거리두기 수준과 시민들의 경각심이 낮아질 때마다 재확산됐다.
정부는 지난해 5월 3일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방역망 밖 잠복감염이 이미 지역사회를 파고들며 곧바로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나타났다. 산발적 감염 속 정부가 2단계 격상을 주저하던 사이, 잠복감염은 지난해 8월 15일 이후 광화문 도심 집회와 사랑제일교회를 만났고 2차 대유행이 발생했다.
이 역시 실내 50명·야외 100명 이상의 행사를 금지하고,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중단하는 등 강력한 거리두기로 통제했지만, 추석 연휴 이후 1단계 생활방역 체계로 돌아온 지 한 달이 안 돼 3차 유행이 벌어졌다.
이번 유행도 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 조치가 한달 넘게 유지되며 감소세에 접어든 상황이지만, 정부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해제하며 재확산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집단반발에 유행 중 풀린 집합금지…"안전한 관리방법 부재" 우려
하지만 주된 감염경로를 이유로 드는 것은 부실한 설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암센터 기모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집합금지를 시켰기 때문에 당연히 실내체육시설과 같은 곳에서 집단감염이 없었던 것"이라며 "업계와 당국이 함께 안전한 관리 방법을 고민하고 세부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반발하니까 푼다는 식으로 하면 이러한 규칙 자체가 필요 없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나름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허가하며 이용 인원을 일상생활 기준의 2배인 면적당 8㎡ 당 1명으로 제한해 2m 거리두기를 유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동시간대 이용 인원이 줄어도 시설 내 특정 장소에 사람들이 밀집할 수 있고, 시설마다 상황이나 여건이 모두 상이해 재확산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충분한 거리 확보와 환기가 중요하다"며 "공연장, 음식점 등 시설별로 환경 관리를 어떻게 할지 현장의 이야기가 반영돼야 하는데 그러한 논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향후 집합금지 땐 반발 불가피…업종별 수칙 세분화·지원책 필요
집합금지를 푼 정부도 할 말은 있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방역적 효과와 사회경제적 피해는 물론 시설별 방역조치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 18일 코로나19 대응 1년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위 조정"을 꼽으며 "적절한 조치를 하는 건 아직도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방역총괄반장도 "거리두기는 과학에 근거해 산출된 수치로 정해지는 조치라기보다 사회적 합의에 따른 대응에 가깝다"며 "사전에 모두 예측하고 완벽한 틀을 만든다면 좋겠지만,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해 조정해야하고, 형평성 논란도 보완하며 더 나은 대책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자영업자들의 집단행동에 한 차례 추진력을 잃은 거리두기 체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업종별 지침을 세세하게 보완해야하고, 이들이 방역수칙을 따를 수 있도록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중식 교수는 "지금 다중이용시설들의 문을 여는 것은 당연히 맞지 않지만,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온오프(on-off)식으로 문을 여닫는 것을 반복하지 말고, 시설들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장비, 법령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부적인 현장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는 "추후에 다시 유행상황이 심각해져서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중단하려 한다면 업주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피로도만 올리지 말고, 문을 닫아도 심각한 피해는 입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