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자회견에서 첫 질문으로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나오자 문 대통령은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겠다"면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장을 고려해서라도 에둘러 신중하게 표현하지 않겠냐는 예측은 빗나갔다. 문대통령은 '사면 불가' 입장을 여러차례 못박으며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발언도 의외였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불신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대통령은 오히려 "윤 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이라며 감쌌다. 또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을 대통령이 직접 중재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면서, 지난했던 법무부와 검찰 갈등에 매듭을 지었다.
여권에서도 놀란 발언은 감사원의 탈원전 정책 감사에 대한 부분이었다. 민주당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부 정책과 관련해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연일 각을 세우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최 원장을 감쌌다. 월성1호기 관련 문서를 파기한 혐의로 공무원들이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옹호하기도 했다.
세가지 장면에서 문 대통령은 임기 후반에 여론을 중시하고, 소모적인 갈등 구도는 피하겠다는 것, 그리고 법과 원칙을 중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윤 총장에 대한 징계 무산과 지지율 하락 등 여러 악재를 거치면서 입장을 선회해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처럼 진영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일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윤석열 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재차 신뢰를 보낸 것은 현재 진행중진 각종 수사와 감사를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만 치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중도층을 포용하면서 외연을 넓히고, 지친 민심을 수습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정치 이슈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민생경제회복, 부동산 문제 등 정책에 집중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해 상세히 보고받으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등 방역과 백신 상황을 챙기고 있다. 또한 설 연휴 전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을 통해 파격적인 부동산 공급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임기 후반 개각을 단행하며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사회적 갈등 최소화'와 '정치 거리두기'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있다. 민감한 문제들을 수면 아래로 내려보냈지만 핵심 지지층과 여당이 분열될 가능성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대통령의 발언이 여권 핵심 지지층의 인식과 거리가 있는 것은 문제"라며 "정책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에 여권이 분열되거나 무능 프레임이 부각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