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퇴근길 시민과 소주한잔 하겠다"던 대통령이 그립다

신년 기자회견, 기자통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은 1년 만
신년사에서 제시한 회복·포용·도약의 실천의지 아쉬워
전직 대통령 사면불가 입장은 평가할 만한 일
부동산 특단 대책 마련하겠다, 시장반응은 글쎄?
소통부족…국민과 진솔히 소통하는 대통령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집권 5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지난 11일 '회복·포용·도약'을 주제로 한 신년사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국민과의 소통자리다.

내년 3월엔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 때문에 올해는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인 셈이다. 신년사에 이어 신년기자회견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끌었던 이유 중 하나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정치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름 솔직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신년사의 구체적 실천의지가 보이지 않아 전반적으로 희망을 주기에는 부족해 보여 못내 아쉽다.

방역·사회, 정치·경제, 외교·안보 등 3개 분야에 대한 질의 응답이 이뤄졌지만 새로운 해법이나 메시지는 없었다.

정치현안에 대해선 비교적 선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황진환, 박종민 기자
무엇보다 가장 큰 이슈였던 전직 대통령 사면문제에 대해 "아직 사면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현 대통령으로서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사실상 사면이 불가하다'는 뜻으로, 추가적 논쟁을 말라는 것이다.

기자회견 전까지만 해도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한 '통 큰 결단'을 기대하는 측도 없지 않았지만 국민 상식이 통하는 '원칙'을 고수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하는 등 현 정권과 각을 세워온 윤 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신뢰감을 비치고 감싸 안은 것도 고무적이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란을 말고 맡은 바 일에 헌신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서울 한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 이한형 기자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에는 "부동산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투기를 차단하면 공급이 충분히 될 것이란 판단이 결국 정책 실기를 가져왔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24번씩이나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부작용을 '정책 실패'가 아닌, 시중 유동성과 1인 가구 증가 탓을 주 원인으로 꼽은 점은 유감스럽다.

"투기억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부동산 공급 특단의 대책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의 반응이 벌써 회의적인 이유다.

기대하라던 25번째 대책이 또 실패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제상황과 관련해 "거시적으로 대단히 좋다", 백신구입도 "물량이 충분하고 빨리 도입됐다"고 언급했지만 이 역시 지나친 낙관론은 아닌가 싶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국민 정서는 차치하더라도 백신 접종이 올해 2분기로 늦어지면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연구기관의 분석도 나온 마당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각종 실천구상과 의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진솔한 소통'이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한 것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후 1년 만이다.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자 문 대통령은 "여러 방식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억울해 했다.

국민은 '퇴근길에 시민들과 소주 한잔 하겠다'던 대통령이 그리운 것이다.

그런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돼 버렸다손 치더라도 실패는 즉각 인정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협조를 구하는, '소통'이 우선인 대통령이어야 한다.

신축년 올 한해 국정과제는 백신보급을 통한 코로나19 극복과 일자리 확충, 부동산 안정화 등이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북한의 대립으로 빛이 바랜 남북 화해와 협력, 한중-한일 간 첨예한 갈등과 상생없는 외교 등 대외관계도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국민의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아니 나름대로의 소통만을 고집하는 대통령이라면 30% 중반을 오르내리는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평가가 더 이상 좋아질 리 없다.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도 어렵다.

그것이 바로 국정 레임덕, 국정의 침몰을 몰고 올 시금석임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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