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다. 그러면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측에 건넨 말 '라우싱'의 몰수도 함께 명령했다.
양형이 판단 대상이었던 이번 파기환송심 선고의 최대 관심사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및 운영이 감형요소로 반영될지 여부였다.
해당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시작부터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며 이 제도의 도입을 감형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에 삼성은 즉각 준법감시위를 만들었고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노골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피고인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함은 분명하고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법행위 유형에 맞춘 준법감시 활동은 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위험에 대한 예방 및 감시 활동까지 이르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 감시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고, 준법감시위와 협약을 체결한 회사들 외 다른 회사들의 위법 행위에 대한 감시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점 등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런 모든 조건을 감안할 때 실형선고 및 법정구속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검찰 수사 중 구속됐다가 이듬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약 3년 만에 다시 재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이같은 선고 결과를 듣자 한숨을 내쉬고 바닥을 응시하는 등 다소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 측은 선고 결과에 즉각 유감을 표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 이인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전직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본질을 고려해 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재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판결을 검토해서 입장문을 따로 내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고는 지난 2017년 1심을 시작으로 2018년 2심, 2019년 대법원의 상고심을 거친 4번째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중 89억 원 상당을 뇌물액으로 인정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최씨 측에 제공된 말 3마리와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 36억 원만 받아들여 형량을 대폭 낮춰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시 이러한 부분들을 모두 뇌물이 맞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최종적인 뇌물액수를 86억 원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이 존재했다고 보며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와 횡령의 고의성을 강조했다.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데다 이 사건은 이미 대법원의 판단을 한번 거친 만큼 이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