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여러 차원의 대화를 하고 있다. 그런 노력을 하는 중에 위안부 판결 문제가 더해져서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법원의 과거사 배상 판결과 관련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던 기존 입장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다소 이례적인 언급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그런 토대 위에서 이번 판결을 받은 피해자 할머니들도 동의할 수 있는, 그런 해법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한일 간에 협의해나가자"고 밝혔다.
이어 "그런 단계가 되기 전에 양국 간에 외교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우선인데, 다만 그 외교적 해법은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전제로 깔았지만 판결의 이행 방식에선 행정부의 유연한 접근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제집행의 방식으로 현금화된다든지 (…중략…)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대목은 강제집행 방식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정부는 안보·경제와 과거사의 투 트랙 원칙하에 과거사 문제에는 단호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전향적 입장 전환이 감지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 차원에서 한일관계 복원을 압박할 것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한국 때리기'로 일관했던 아베 내각이 중도사퇴하고 스가 내각이 집권한 것을 계기로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던 터다.
이에 강 대사는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제가 파악한 것만 12가지의 해결책이 제시됐기에 양국 정부의 의지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강 대사는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달리 제3국 중재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일본 측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심지어 스가 일본 총리는 이임하는 남관표 주일대사와 면담조차 하지 않아 외교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의 이임 인사를 받는 자리에서 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임을 강조하며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조기에 복원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한 것과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