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기다렸지만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은 지난 14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오는 7월 23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대해 "현시점에서 대회 준비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지만, 이것(올림픽)은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고위 각료 중에서 처음으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취소 가능성이 언급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교토통신 등 일본 내 주요 언론도 로이터 통신과 고노 담당상의 말을 인용해 올림픽 취소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 예산 약 17조원 규모의 도쿄올림픽이 사라질 수 있지만 취소론이 나오는 이유는 일본 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도 등 수도권을 포함한 11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긴급사태가 발령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 집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일본 전역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5759명이다. 하루 7000명대의 확진자가 나올 때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3만1256명, 사망자는 4538명으로 늘어났다.
해외 언론의 판단도 비슷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16일 '도쿄 하계올림픽의 희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 전역과 유럽, 아메리카 여러 대륙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된 점을 지적하며 "연기된 도쿄올림픽 계획이 날이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제2차 세계대전 후 도쿄올림픽이 첫 취소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 내 여론도 좋지 않다. 교도통신이 지난 9~10일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림픽 중지(취소)'에 응답한 비율은 35.3%로 나타났다. '재연기'에 응답한 비율도 44.8%로 높았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7월 도쿄올림픽 개최를 우려하는 셈이다.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인터넷 여론의 분위기도 부정적이다. 일본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에서 실시 중인 '도쿄올림픽 7월 개최 여부' 온라인 투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응답자의 86.8%는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다. '개최한다'고 예상한 응답은 5%에 그치고 있다. 설문 아래 공개된 관련 댓글도 "많은 일본인이 언제 올림픽 중지의 보도가 나올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선수들을 위해서 하루빨리 중단 선언을 해야 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줄을 이었다.
올림픽 개최 여부를 국제연합(UN)에 맡기자는 의견도 나왔다.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회장이자 호주 명예 IOC 회원인 케반 고스퍼는 호주 국영방송 ABC와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은) 스포츠, 국익과 관련된 문제를 넘어섰다"면서 UN의 자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는 완고하다.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지난 17일 후지TV에서 "관계자들이 감염 대책을 포함해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며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개최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