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와 아파트 단지에는 전날 밤 내린 눈이 2cm 정도 소복이 쌓여있는 풍경도 보였지만,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가는 일부 눈이 녹은 데다 대체로 제설이 완료된 상태였다. 특히 아침마다 직장인들로 붐비는 역 앞에는 '미끄러움 방지'를 위해 바닥에 뿌려진 염화칼슘과 깔개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새벽 5시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만난 홍모(69·남)씨는 자가용에 내려앉은 눈을 바삐 쓸어내고 있었다. 홍씨는 "어젯밤 9시부터 눈이 많이 왔잖나. 그때부터 (눈을) 다 치워서 오늘은 지난번보다 조금 나을 것 같다"며 "눈이 많이 오면 승용차를 두고 전철을 타고 다니는 편"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당초 예보와 다르게 눈발이 날리지 않는 데 대해 '안도'하면서도, 일부 보행 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을 향하던 회사원 김모(46·남)씨는 "(눈이 온다고 하니) 미끄러질까봐 걱정이다.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지만, 역까지는 자전거로 왔다갔다 하는데 오늘은 자전거를 타면 미끄러질 것 같아 집에 두고 왔다"며 "이런 날은 (역까지) 걸어가야 하니 그런 게 다소 불편하다"고 밝혔다.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던 최모(67·남)씨는 "원래 폭설이 오면 (눈이) 제대로 안 치워지니 미끄럽고, 온도도 내려가니 (눈이) 얼어버려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다"며 "지금 상황에선 눈이 녹아버리니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은 것 같다"고 전했다.
50대 여성 안모씨 역시 "눈이 내린다 해서 교통이 막힐까 걱정했는데, 오늘은 기상예보보다 좀 나은 것 같다"며 사무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분주히 눈길을 치우는 손길들도 있었다.
양천구 아파트 단지에선 각 관리사무소를 중심으로 두툼한 옷을 껴입은 경비원들이 삽 등으로 간밤에 쌓인 눈들을 구석으로 몰아냈다. 일부 동에선 굵은 모래알을 길목마다 뿌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그러면서 "눈이 오면 날씨도 추워지다 보니 출근부터 시작해 아무래도 많은 불편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출근시간대 눈이 몰릴 것'으로 내다본 기상청의 전망과 달리 눈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새벽 출근길 '교통 대란'은 없었다. 다만, 기상청은 이날 오전 6시를 기점으로 서울 동남권(강동·송파·강남·서초)에 대설주의보를 발효한 상태라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
기상청이 밝힌 이날 예상 적설량은 오후 5시까지 중부지방(동해안 제외)·전라권·경북권(동부권 제외)·울릉도·독도가 3~8cm, 강원·동해안·경북·동해안·제주도(산지 제외)가 1cm 안팎이다.
서울시는 강설예보에 따라 전날 오후 6시 '제설 비상근무 2단계'로 대응단계를 격상하고, 인력 8000명과 장비 1000대를 투입해 주요도로의 제설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일부 이면도로와 도보의 제설작업은 진행 중이다.
시 관계자는 "주요도로의 경우 제설작업이 완료돼 교통 운행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면서도 "오전 9시 무렵 눈발이 굵어진다는 예보가 있는 만큼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집중배차시간을 평소 오전 7~9시에서 30분 연장해 오전 9시 30분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하철은 운행횟수가 36회 늘어나고, 시내버스도 노선별로 배차 간격을 줄여 증편 운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