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완화에 공급 기대"…"안 하면 그만"
당정은 최근 입을 모아 '용적률 완화'를 중심으로 한 공급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변 장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부터 현재 한시적으로 역 반경 350m까지 넓혀진 '역세권'의 반경을 추가로 500m까지 넓히고 160% 수준의 용적률도 더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역세권 준주거·상업 지역뿐만 아니라 주거지역에까지 용적률을 700%까지 늘리기로 한 지난해 8‧4대책을 반영한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를 앞두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공공재개발‧재건축도 이러한 용적률 제한 완화 등 일부 규제 완화가 전제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 역시 "고밀화나 용도변경을 통해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대책을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예비안전진단 신청을 진행한 서울 강북의 한 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추가 분담금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쪽 조합원들은 대개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정비사업지 주민들은 이를 두고 시큰둥하다 못해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역세권 재건축단지 주택 소유자는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난 물량의 절반은 무조건 공공이 가져가야 한다는데, 제값도 못 받고 대지지분을 잃는 건 물론 도로교통 혼잡까지 심화할 우려가 크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기부채납까지 가져가고 정작 내 집은 '닭장'처럼 될 수 있는데 누가 이걸 따르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적률 완화는 공허한 소리고, 기존 용적률이 100%대인 조합들에서는 이에 동참할 이유가 없다"며 "(변 장관이 내세운)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해 사업 속도를 내겠다는 등 인센티브도 사실은 원래 해야 할 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규제 완화의 일부로 용적률 상향을 내세웠지만, 정비사업의 주체로서 사실상 '키'를 쥔 조합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고난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다만 앞서 변 장관은 이러한 개발이익을 두고 '사회적 합의에 따른 적정 배분'을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용적률 완화로 인한 주택 공급 효과와 불투명한 시장 반응 상황을 난제로 꼽았다.
부동산컨설팅업체 도시와경제 송승현 대표는 "고밀 개발 방침 자체는 주택 공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공공이 참여한다는 큰 틀은 (기존 공공재개발 등에서) 큰 변화가 없고 고밀 개발로 주민들이 교통이나 일조권 등에서 쾌적함이 떨어진다고 느끼면 정비사업 추진에 회의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바닥면적의 비율인 건폐율에 대한 논의도 건너뛰는 등 동 간 거리가 좁아질 개연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통풍과 소방도로, 일조권 등 다양한 주거 환경 요소에 대한 고민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실익을 따져보면 결국 용적률 완화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일부 주택을 제외하고는 주로 상업시설에서나 구현된 '용적률 700% 이상'의 주거 환경 측면에서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미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 역시 "고용이 창출되는 중심지 등 용적률을 높여야 할 곳을 대상으로 높이는 건 필요한 조치"라면서 이러한 완화 방침에 대해 "주택 공급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주민 입장에서도 분양 물량이 많아서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과 프라이버시 문제 등 주거 환경이 떨어지는 단점 사이에서 '트레이드 오프'라는 상충효과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밀도를 높이는 게 도시계획 측면에서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용적률은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따라 상한을 정하고,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에서 세부 범위를 정하게 돼 있다. 용적률 완화와 더불어 언급되고 있는 용도지역 변경 역시 지자체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서울은 오는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이 교수는 "현재 서울의 용도지역 구성은 오랜 시간 논의와 논란을 거쳐 결정된 것이고, 지자체 고유의 권한이기도 하다"며 "변동이 있더라도 주택 가격과 공급 목적만이 아닌, 도시 전체의 균형을 고려한 합리적인 계획과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