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례적인 당대회 첫 열병식…김정은, 군 통제·동원 절실했나

北 76년 역사에서 당 대회 열병식은 첫 사례
대외 군사 메시지 VS 내부 정치 수요
열병식 곳곳에서 軍에 대한 黨의 통제 부각
군 위에 당, 당 위에 김정은 당 총비서
군 통제 이유…안보+경제발전 수단으로 활용
8차 당 대회와 열병식은 "대정치 축전"
전문가 "김정은 중심 체제결속으로 위기극복 의지 표명"

뉴스1 제공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열병식을 개최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과거 7차례의 당 대회에서 한 번도 열병식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열병식 준비 동향이 사전에 포착됐으나, 일각에서는 일반 경축행사이거나, 당 대회보다는 2.8 건군절에 대비하는 행사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중장기 전략노선과 정책목표를 정하는 당 대회와 군사력을 과시하는 열병식이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 당 대회에서 열병식을 처음 개최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LBM '북극성-5ㅅ', 전략무기 기술진전 VS 모형?

지난 14일 평양에서 열린 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으로 보이는 문구를 단 신형 추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야간 열병식에서 전략무기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을 공개했다.

북한이 개발 중이라고 한 핵잠수함에 탑재할 경우 ICBM 보다 더 강력한 무기이지만, 이 '북극성-5ㅅ'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탄두부가 더 커지고 굵어져 SLBM 성능이 더 개선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시험발사를 할 수 있는 발사체가 아니라 설계나 최초 계획단계 수준에서 만들어 놓은 모형"이라는 의견도 있다.


북한이 3개월 전에 공개한 '북극성-4ㅅ'도 아직 첫 시험발사를 거치지 않은 상황이다.

◇한겨울 한밤중 군인들이 입에 김서리며 외친 첫 구호는?

열병식에서 도열한 북한군. 뉴스1 제공
따라서 이번 열병식에는 북한이 의도한 대외적인 군사 메시지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대정치축전"이라는 북한내부의 정치 수요를 반영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열병식 소식을 전한 15일자 북한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당의 영도를 앞장에서 받들어 나가는 믿음직한 장병들", "조선노동당화된 혁명적 당군", "당 중앙의 탁월한 영도에 의해 탄생한 조선노동당식전략무기" 등 군과 무기에 대한 당의 통제 및 영도를 강조하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한겨울 한밤 중 김일성 광장에 도열한 군인들이 입에 김을 서리며 일제히 외친 첫 구호가 바로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것이었다.

◇軍 "당의 명령에 오직 알겠습니다로 대답"

노동신문은 "당의 명령에 오직 '알았습니다'로 대답하는 인민군 장병들의 충성의 열도가 거세차게 분출하는 속"에 "열병 행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열병식 곳곳에서 군에 대한 당의 영도를 부각시키는 장면을 기획한 것은 김정은을 8차 당대회에서 당 총비서로 추대한 맥락과 연결된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 과정에서 위상이 높아진 군을 이제 당이 통제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복원하고, 그 당 위에 김정은을 총비서로 추대한 셈이다.

당 규약도 개정해 인민군대가 "사회주의 조국과 당과 혁명을 무장으로 옹위보위하고 당의 영도를 앞장에서 받들어나가는 조선로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이라는 것을 명기했다.

◇군 동원 없으면 北 향후 5년 경제성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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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비서가 당을 통해 군을 확고히 통제할 이유는 군이 갖고 있는 자원과도 관련이 있다.

김 총비서는 당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당의 영도 밑에 인민군대는 조국보위와 사회주의건설의 두 전선에서 위훈과 기적을 떨치며 자기의 혁명적 본분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당중앙위원회가 인민군대를 군사적 위협 뿐 아니라 돌발적인 비군사적위협으로부터도 조국과 인민을 철벽으로 보위하는 국가방위의 주체, 참다운 인민의 군대로서의 사명과 본분을 다하게 한 것은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김 총비서가 인민군대의 인력과 각종 자원을 앞으로도 수해 등 돌발적인 위협에 대한 대응, 더 나아가 살림집과 거리조성, 도로와 발전소 건설 등 각종 사회주의 건설에 적극 동원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김 총비서가 말한 대로 '사회주의 위업의 미래를 좌우'할 8차 당 대회 결정과업들, 그 중에서 5개년경제계획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군의 통제와 동원이 절대로 필요한 셈이다.

김동엽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8차 당 대회 열병식 개최는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 하에서 인민들의 안보불안을 해소하고 내부단결을 이뤄 경제에 매진하도록 유도하고, 더 나아가 군대를 군사전략만이 아니라 국가생존과 발전전략 차원의 중요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열병식은 정치 축전 8차 당 대회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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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열병식) 관중들은 우리나라를 명실 공히 세계적인 핵 강국, 군사강국으로 부상시켜 우리 인민들과 후대들이 강대한 나라에서 행복을 마음껏 누려갈 수 있는 자존과 번영의 새 시대를 펼쳐주신 만고절세의 영웅,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과 가장 뜨거운 고마움의 인사를 삼가 드렸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관중들은 당 제 8차 대회를 우리 당과 조국 청사에 특기할 대정치 축전으로 빛 내이기 위해 투쟁해온 나날들을 긍지높이 되새기었다"고 전했다.

역대 당 대회 중 두 번째로 길게 일정(8일)을 짜고, 당 대회 폐막 후 금수산궁전 집단참배, 2만명이 관람한 실내경축공연에 이어 열병식까지 배치함으로서 김정은 총비서 추대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한편 제재와 코로나19 등 3중고에 처한 인민들의 체제 결속과 내부동력 확보를 도모한 셈이다.

물론 그 '대정치 축전"의 한 가운데는 검은 색 가죽코트와 가죽장갑,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쓰던 러시아 털모자를 착용한 채 열병식 주석단에 등장한 김정은 총비서가 있었다.

군은 이번 8차 당대회에서 총비서로 추대된 김정은에 복원된 당국가 시스템에 따라 충성 맹세의 의례를 진행했고, 인민들은 '최대의 영광과 경의'를 표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등 3중고 속에 인민들의 사상적 동요를 막고 체제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당 대회라는 정치축전, 정치 쇼를 기획했고, 그 기획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열병식"이라며,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정은 총비서 중심의 체제결속으로 어떤 위기도 극복하겠다는 것이 8차 당 대회의 핵심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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