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의 경우 예상치 못한 충격(쇼크)으로 가격조정이 있을 경우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어 상당히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있는 상황에서 정책기조가 바뀐다든가, 예측할 수 없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거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등 충격이 생길 경우 얼마든지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빚투'에 대한 우려는 물론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올라 조정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것을 개인투자자, 즉 개미에게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시점에서 한은 총재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다.
그런데 이 총재 재임기간에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개미들이 왜 그를 향해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 총재는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4년 4월 한국은행 총재가 된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재신임 돼 지금까지 7년 가까이 장기집권하고 있다.
그런데 이 총재의 재임기간은 부동산 가격 급등 시기와 정확하게 겹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부동산 가격은 2014년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최근까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이 총재 취임 당시 2.50%였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사상 최저치인 0.50%까지 하락한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이 정부의 정책 실패이긴 하지만, 한은이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시장에 전례없는 유동성을 공급한 것 역시 주요 원인이라는 것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여기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실상 내집 마련이 불가능해진 국민의 상당수가 어쩔 수없이 주식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이 총재가 큰 우려를 표명한 '빚투'도 그 가운데 일부다. 이들 역시 주식이 위험자산이며, 빚투가 위험하다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간절함이 그들을 부나방처럼 주식 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동시에 급등한 주가와 역대급 빚투 역시 초저금리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국가경제를 위한 이 총재와 금통위원들의 불가피한 선택에 의해 원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했고, 그것이 바로 부동산 가격 폭등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으로 소위 '벼락거지'로 전락한 이들이 선택한 대안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개미 입장에서는 '상처에 소금 뿌리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이날은 기관 투자자들이 연일 매도 폭탄을 투하해 코스피 지수가 최고점 대비 200포인트 가까이 내려왔다. 이주열의 '입'이 미울수 밖에 없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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