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대 및 통합 2대 대한당구연맹 회장 선거가 15일 열린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선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시스템에 따른 전자 투표로 이뤄진다.
한국 당구는 현재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3쿠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당구는 세계의 중심에 설 기회를 잡았지만 파이가 커진 만큼 당구계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프로당구(PBA)와 코리아 당구 그랑프리 등 연맹이 제어하기 어려운 리그가 출범한 상황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3쿠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당구는 그야말로 중흥기를 맞았다. 월드컵의 국내 개최 등으로 중계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역대 최고 상금이 걸린 'LG U+컵 3쿠션 마스터스'가 2015년 창설되는 등 인기 종목으로 거듭났다. 2만 개가 넘는 당구장과 1000만 동호인 등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갖춘 한국 당구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하지만 한국 당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을 기반으로 수익을 취하려는 세계캐롬연맹(UMB)이 상위 단체의 위엄을 내세워 중계권 등을 놓고 대한당구연맹에 압력을 행사했다. 2019년에는 PBA가 출범하면서 선수 수급을 놓고 당구연맹과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PBA와 연맹이 상생 협약을 맺었지만 연맹의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부결돼 파기됐다. PBA와 연맹의 소송은 진행 중이다.
이번 회장 선거에는 3명의 후보가 나섰다. 전 국회의원인 박보환(65) 전 국회의원과 박인철(50) 파워풀엑스 대표, 오콘 김일호(53) 대표(이상 기호 순)다. 정치인과 기업인들 간의 대결 구도다.
먼저 박 전 의원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현 국민의 힘)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경기 화성시을)을 지냈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맡았다.
당구계 일각에서는 박 전 의원의 출마가 언뜻 생뚱맞다는 의견이 나올 만큼 당구와 인연이 깊지는 않다. 최근 한국 스포츠 단체장의 추세에도 맞지 않는 정치인 출신이라는 약점도 있다.
'박찬호 크림'으로 유명한 파워풀엑스 박인철 대표는 '당구 선수의 아버지'로 유명하다. 당구계에서도 알아주는 종목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자랑한다. 대학농구연맹 회장 연임 대신 당구연맹회장 선거에 뛰어든 박 대표는 후보들의 기호 추첨에서도 유일하게 본인이 참석하는 의욕을 보였다.
박 대표는 "당구가 좋아서 10년을 준비했다"면서 "사재를 출연해 강원도 춘천에 국내 최대 전용 경기장을 마련하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주요 공약으로는 ▲ 연맹 회원 100만 명 모집 및 연 100억 재원 마련으로 시·도 생활 체육 지원 ▲ 심판위원장 회장 임명제→직접 선출제로 공정성 확보 ▲ 동호인 급수 및 랭킹 관리 시스템 구축 ▲ 소년체전 종목 편입 등을 꼽았다.
김 대표는 "소통을 통한 대화합으로 이 시기를 극복한다면 대한민국을 세계 당구 종주국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부유하고 윤택한 당구 환경을 만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주요 공약으로는 ▲ 대규모 프리미엄 대회 통한 기업 후원 유치 및 재정 확보 ▲ 지방연맹 지원 및 지도자와 심판 처우 개선 ▲ 지방 대회 방송 중계 확대 ▲ 스포츠클럽 디비전 시스템 재정비 등을 내세웠다.
발전과 공멸이라는 중대한 기로에 선 한국 당구. 과연 이 중요한 시기에 한국 당구의 세계 종주국 도약을 이끌 진짜 당구인은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