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의 지지율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이 지사의 지지율 또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잠룡 간의 신경전 또한 차츰 뜨거워지고 있다.
◇입법 성과에도 사면·호남 이탈 등으로 주춤한 이낙연
지난해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이해찬 전 대표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의 4·15총선 압승을 이끌며 한 때 독보적 대세로까지 평가됐던 이 대표는 최근 쿠키뉴스의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4.1%를 얻어, 25.5%의 이 지사, 23.8%의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10%p 안팎의 리드를 허용했다.(지난 9~11일, 전국 유권자 1004명 대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법안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같은 노동 관련 법안까지 입법 과제들을 당 대표로서 착실히 수행하고 있지만 정무적인 부분에서 타격이 적지 않았다.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3월 초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시한부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를 강행했지만 독자적인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새해벽두부터 불거진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 논란은 국민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정이었다는 이 대표의 발언과 달리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지웠다는 비판 여론이 당내에 더 크게 일어나는 역효과를 낳았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을 비롯해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사면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은 이 대표의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여기에 최근에는 이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공개적인 비토 움직임이 불거져 이목이 쏠렸다.
광주 광산구청장과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정책비서관·자치발전비서관을 지낸 민형배 의원은 "사면을 하면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이라는 논리적 근거가 없다"며 대놓고 이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이 지사는 이 대표의 이러한 논란의 지점들을 적극 공략하며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사면론 논란이 일자 "나까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사면권을 지닌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논란을 피함과 동시에 이 대표에게 분노를 갖게 된 친문 지지층을 껴안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14일에도 "사면 이야기는 안 하기로 했다"며 아예 언급을 자제했다.
이 대표의 다음 숙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이익공유제의 실현과 가짜뉴스 규제 등 언론개혁 입법, 당대표 임기 중에 후보가 결정될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다.
◇이낙연 빈틈 공략하며 존재감 유지 이재명…강한 색깔 거부감도
반면 이 지사는 민주당 이낙연 지도부와 정부 간의 조율로 인해 선별지급으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 3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전국민 지급론을 고수하며 차별화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지나친 자기 색깔이 정부와 청와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의 지지율이 그만큼 상대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친문 성향 당원들의 지지로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기록한 김종민 최고위원은 "방역 당국이 아직 외부 활동을 통한 소비 진작보단 방역 고삐를 더 확실하게 조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부 재난 지원금과 별개로 소비 진작을 위한 지자체별 재난지원금 계획을 밝혔다"며 "방역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은 자칫 국가 방역망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공식석상에서 이 지사를 비판했다.
'원팀'임을 강조하며 가급적 대선주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온 민주당인 터라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양강 모두 저격하며 몸 푸는 정세균…감성 리더십 통할까
그간 코로나19 대응에 전념하는 한편 양강구도로 인해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던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 대표, 이 지사와의 견해차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독자행보를 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익공유의 내용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지난 7일에는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주장하는 이 지사의 발언을 '단세포적 논쟁'이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고통에 비례해 지원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두고 정책을 펴고 있다"며 "해당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민에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국가 차원에서 굳이 이 방식을 채택할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국민 보편 지급과 지역화폐를 통한 지급 모두 선을 그은 것이다.
정 총리는 지난 8일 국회 코로나19방역·백신 긴급현안질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언급하며 "역지사지를 해보면 얼마나 힘들까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14일에는 열악한 방역 환경 개선을 호소한 현직 간호사의 공개편지에 "눈물과 질책을 매우 아프게 읽었다"고 답신하는 등 감성 리더십을 보이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주자 지지율은 이슈에 따라 급등과 급락이 가능한 데다 선거까지 1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현 상황만으로 후보 간의 유불리를 판단하거나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차츰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남은 1개월여의 당대표 임기 동안 어떠한 성과를 거두고 경선에 임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