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촬영으로 범바위 훼손 논란에도…속초 "홍보효과"

지자체 수용 촉구에 대해서는 "해당사항 아냐"

지난달 21일 영화촬영으로 관계자들이 영랑호 범바위 곳곳에 앵커를 박고 있다.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제공
영화촬영을 이유로 강원 속초 2경인 영랑호 범바위가 훼손된 사실이 알려져 시민들 사이에서 강한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속초시가 "촬영은 지역홍보 효과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자체가 해당 일대를 소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14일 속초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영상물 마케팅을 통해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와 지역 명소화 추진 도모,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를 위해 영화·드라마 촬영 등 예산지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영화제작사(박찬욱 감독)가 속초시 범바위 일원에서 무료로 영화를 촬영한다는 것은 속초시 입장에서 예산절감 효과는 물론 지대한 홍보 효과, 지역 명소화가 가능하다"며 "많은 관광객 유입 등 지역소득 증대에 기여해 코로나19로 힘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분들에게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지난 11일 찾은 속초시 영랑호 범바위에는 앙카를 박은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유선희 기자
앞서 지난달 21일 속초 영랑호 범바위에서 이틀간 영화촬영이 진행됐다. 하지만 영화촬영을 목적으로 범바위 곳곳에 앵커를 박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훼손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복구작업 후에도 여전히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어 시민들 사이에서 강한 분노가 쏟아졌다.

시민들은 "범바위에 구멍을 내고 앵커를 박은 것은 시민들의 심장에 철심을 박은 것과 다름없는데, 촬영 이후 와보니 '땜방식 복구'로 보여 너무 화가 난다"며 "속초시는 과연 범바위를 시민 품으로 되찾을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들은 '범바위 반환 요청'을 공식 촉구하며 속초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속초 8경 중 제2경인 영랑호 범바위는 둘레 8km, 넓이 36만 평의 거대한 자연호수 영랑호에 잠겨 있고 웅크리고 앉아 있는 범의 형상을 하고 있어 '범바위'로 불리며, 영랑호 전체를 한눈에 조명할 수 있어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2011년 '한국의 지질 다양성 강원도 편' 보고서에는 영랑호 범바위의 핵석과 토오르(tor)는 지질 다양성을 보여주는 지질자원으로, 보존의 가치가 높다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속초 영랑호 범바위에서 진행된 영화촬영.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제공
속초시는 '영랑호 범바위 일대 토지가 앞으로도 훼손될 우려를 막기 위해서라도 소유권을 즉시 속초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별도로 매입하거나 수용할 토지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속초시는 입장문을 통해 "영랑호 유원지는 지난 1976년 9월 26일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돼 세부시설 조성계획을 수립한 지역"이라며 "영랑호 범바위 일원은 현재 소유권이 신세계 영랑호리조트이지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면 목적 이외의 건축행위 등 일체 개발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시계획시설사업 시 토지보상 및 수용 등은 도시계획시설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미집행된 지역에 대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범바위 일원은 이미 조성이 완료된 지역이어서 향후 별도 사업계획이 없는 만큼 관계법에 따라 토지를 매입하거나 수용할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원마련을 통해 사유지를 매입하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영랑호 유원지 내 미집행 구간의 사업(토지매입포함)을 통해 시민 편의시설 확충 등 생활밀착형 사업에 투자해서 예산집행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앞으로도 훼손방지 등 지정된 목적에 맞게 토지 소유지와 협의를 통해 시민건강을 위한 친환경 휴게공간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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