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6.6억에서 5.3억이 오른 11.9억이 됐다"며 "상승률 82%는 노무현 정부 상승률 83%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경실련이 지난 18년간 서울 아파트 22개 단지, 총 6만3천 세대의 시세변동을 분석한 결과다.
경실련은 "서울 25평 아파트로 환산하면 노무현 정부 출범 초인 2003년 1월 3.1억에서 2020년 12월 11.9억으로 총 8.8억, 3.8배가 올랐다"며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노무현·문재인 두 정부 동안 아파트값 상승액은 7.9억으로 총 상승액 8.8억의 90%를 차지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상승액 0.9억의 8.8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발표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4%이다. 경실련 상승률 82%와는 6배, KB 자료 75%와는 5배 차이가 난다"며 "정부 관료들은 서울 아파트값 폭등 사실을 숨기고 거짓 통계로 14%라고 속인 뒤 아직 응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이전 수준으로 집값을 낮추겠다'라고 말했는데 아파트값이 하락은커녕 지난해 1월 10.4억에서 12월까지 1.5억이 더 올라 11.9억이 됐다"고 비판했다.
서울 아파트값 폭등으로 노동자들이 임금을 모아서는 '내 집 마련'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11.9억은 1년에 평균 3400만원을 버는 임금 노동자들이 36년 동안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정택수 팀장은 "현실적으로 임금 전부를 저축할 수는 없으니 30%를 저축한다고 가정하면 아파트를 장만에 총 118년이 걸린다"며 "이번 생애에서는 아파트 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사과의 뜻을 나타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실련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아파트값 상승액인) 5억 3천만원은 노동자들이 한 달에 100만원씩 모아서 1년에 천만원 모은다면 53년을 모아야 하는 돈"이라며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아파트 한 채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은 평생 모아야 하는 불로소득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고 있는 '공급' 중심의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높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본부장은 "지금도 '공급 확대한다', '재개발·재건축에 공공이 참여해서 빠르게 해주겠다'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다수 주택은 부유층, 투기세력, 다주택자들이 사재기해서 갖고 있다"며 "그곳 집값이 더 오르게 만들면 누가 돈을 벌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5.6대책, 6.17대책, 7.10대책, 8.4대책, 11.19대책 모두 집값을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맞았다"며 "정부가 지금 준비 중인 대책은 집값을 더 오르게 할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땜질 정책을 중단하고 고장난 주택 공급체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며 "부풀려진 건축비 등 건설원가를 바로 잡고 공공과 민간 모두 80%이상 시공 후 분양하도록 후분양제를 전면 실시해야 한다. 분양가 결정은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결정되도록 의무화하고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과 민간 공동시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해결 방안을 내놨다.
또 "여야 정치권은 국정조사를 통해 부동산 통계 조작 실체를 밝히고 관료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며 "국회는 부동산 문제를 수수방관만 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로 개혁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