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1400만 명을 보유한 채널이었던 만큼 해당 영상은 4일만에 조회수 450만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데다 단순 왜곡을 넘어 역사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국내에선 김치와 중국의 동북공정을 합친 '김치공정'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동북공정은 지난 2002년 중국이 추진한 동북3성(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 역사와 문화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다.
이 연구 프로젝트는 고구려·발해 등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사로 만들기 위한 시도로, 국내에선 '항미원조'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역사왜곡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다.
한 유튜버의 왜곡으로 동북공정 논란까지 일자 온라인상에선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해외 교과서에서 고구려를 중국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까지 올라왔다.
특히 '옥스포드 교과서에서 한나라 시기 한반도까지 중국영토로 기록돼있는 상황'이라는 구체적인 문제제기도 함께 나온다. 과연 그럴까.
◇해외 교과서에 '한반도 역사' 왜곡 사례 살펴보니
실제 옥스포드대학 출판사가 발행한 2000년도판 교과서 'Ancient Worlds(고대 세계들)'를 살펴보면 책의 첫머리에 실려있는 '고대 세계 문명(civilizations of the ancient world)' 지도에서 한반도를 고대 중국의 영토로 포함시키고 있다.
이 고대 지도에선 시기를 표시해놓지 않아 한국사와 중국사가 동일시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나다 7학년 학생들의 사회과목 교과서로 사용된 이 책에는 고대 역사를 소개하며 중국 한나라의 영토를 한반도까지 확장시켜 표시하고 있는 지도도 포함돼 있다. 옥스포드대학 출판사는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등 50여 개국에 교과서를 발행하는 국제적 출판사다.
영국 돌링킨더슬리 출판사에서 2017년 발행된 'World History(세계역사)'에 따르면 1750년부터 1914년 시기를 표시한 세계지도에 중국 청나라 영토에 한반도가 포함되어 있다. 2018년도에 발행한 'Timelines of History'에서도 청나라 영토에 북한까지 들어가 있다.
미국의 대입시험인 SAT, 과목별 시험 AP 교제도 '한반도가 과거 중국 영토였다'고 표기했다. 미국 교과서를 발행하는 배런스 출판사의 SAT 세계사 교재를 살펴보면 700년대 중국 당나라 영토에 신라가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출판사 AP 교재엔 중국 명나라 영토가 청천강 유역(평안북도의 남부를 남서로 흘러 황해로 흘러드는 강)까지 내려와 있었고, 청나라 때는 한반도 전체가 청나라 영토로 되어 있다. 이외에 다른 주요 교과서들에도 "한국은 피보호국", "한국은 당의 속국" 등의 부정확한 내용이 실렸다.
◇해외 미술관·박물관에도 역사왜곡 전시물?
이 단채의 박기태 대표는 1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교과서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형 박물관·미술관 등에도 고구려를 중국에 편입시킨 부분이 다수 발견됐다"며 "미국의 한 대형전시회에선 벽면에 만리장성을 한반도까지 이어놨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16년 연간 130만 명이 찾는 LA의 대표명소인 게티미술관(폴 게티 뮤지엄) 메인홀 대형벽면에는 중국 만리장성이 한반도까지 뻗어 있는 세계지도가 걸렸다.
당시 게티미술관에서 진행된 '둔황(敦煌) 동굴 사원 : 중국 실크로드의 불교 미술' 특별전시회는 많은 중국의 기업과 재단이 후원해 열렸다.
이밖에 '위키피디아'와 'ANCIENT HISTORY' 백과사전 사이트는 세계지도에서 지금의 북한 땅을 중국 한나라 영토로 소개했고, 세계 역사 정보사이트 내이션온라인과 크로싱더오션씨은 아예 한반도 대부분을 한나라 땅으로 포함시켰다.
중국 역사교육 사이트 티쳐 앤서니, 센농과 온라인 세계 역사지도 사이트 고 아틀라스 등도 마친가지로 한반도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북공정으로 인한 의도적 왜곡?…전문가 의견은 분분
박장배 북방사연구소장(동북아역사재단)은 "외국교과서 포함 각종 사전에서 한국사가 부정확하게 기술된 것이 상당히 많이 발견되고는 있다"며 "그러나 동북공정은 2007년에 끝난 프로젝트로 '포스트 동북공정'은 없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동북공정 프레임이 중요하긴 하지만 모든 일을 동북공정에 갖다붙이는 것은 중국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면서 "김치 동북공정 같은 단어는 사실 (학계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지나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원석 한국바로알리기사업실장(한국학중앙연구원)은 "과거 외국교과서를 보면 한나라 역사에 한반도를 넣는 경우가 꽤 있었다"면서 "다만 (한국학계에서) 활동을 하며 많이 수정됐고, 현재 미국교과서 중에는 한 곳도 오류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전세계 국가에서 이런 실수, 오류들은 많이 발생한다.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동북공정이 나오기 전부터 이런 실수들이 나왔다"며 "발견하는 즉시 수정을 요청하고 있고 역사적인 팩트이기 때문에 대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에서의 한국사 연구가 미흡해 벌어진 오류일 뿐, 동북공정에 의한 의도적 왜곡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서길수 전 서경대 교수는 "고구려 문제는 물론 과거 중국과 합의된 관련 5개 양해사항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현장에 나가본 결과 동북공정은 중단되지 않았고 중국에 있는 고구려 유적에는 지금도 역사왜곡이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기태 반크 대표는 "중국의 역사왜곡은 동북공정 이후 더욱 활발하다. (지난 2016년) 만리장성을 한반도까지 내린 게티미술관 전시회도 알고보니 스폰서가 모두 중국기업이었다"면서 "중국은 공자학당 등을 해외 여러 곳에 세워 역사 등 문화도 전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