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 주체를 둘러싸고 공정한 수사가 가능한가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일부 조정 조치를 통해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의중을 내비친 셈이다. 이번 의혹엔 박상기 전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 고위 인사 다수와 친(親) 정부 성향으로 알려진 검사들도 연루됐다고 지목된 상황이어서 향후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검찰과 현 정부 간 파열음도 예상된다.
대검은 13일 해당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수원지검 본청으로 재배당 조치했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에선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가 이 사건을 맡는다. '제기된 의혹을 보다 충실히 수사하라'는 윤 총장의 뜻이 반영된 조치다.
지난달 사건을 배당받은 안양지청에서 관련 수사가 답보 상태고, 이곳의 일부 지휘라인 인사와 의혹 당사자의 학연 등을 일각에서 지적하자 논란을 털고가겠다는 행보로 읽힌다.
대검 차원의 이 사건 수사 지휘는 반부패·강력부가 담당한다. 보통 대검 형사부가 전국 각 지검 형사부 사건을 지휘하지만 이번에는 애초 반부패·강력부가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근 형사부장이 의혹의 당사자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지휘를 맡는 건 부적절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 형사부장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직후 위법 조치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한 법무부 차원의 뒷수습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형사부장은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다.
이처럼 윤 총장이 공정성 논란 차단과 원칙 수사에 방점을 둔 정비 조치와 '충실 수사' 메시지를 내놓음에 따라 해당 수사엔 전보다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논란의 출금 사정을 잘 아는 제보자가 신고한 이번 의혹의 골자는 2019년 박상기 전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 최고위 인사들이 김 전 차관 처벌을 목적으로 불법적인 출금 조치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지시에 따라 법무부 소속 공무원들이 김 전 차관의 출입국 정보를 무단으로 '모니터링' 했으며, 2019년 3월22일 밤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하자 이 정보를 즉시 공유받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파견 검사가 '가짜 사건·내사번호'를 근거로 김 전 차관의 출금 요청을 했다는 게 구체 내용이다.
진상조사단은 수사권이 없어 해당 조치를 할 수 없으며, 김 전 차관은 당시 출금 대상인 '피의자 신분'도 아니었기에 전반의 과정이 불법이었다는 게 제보자 신고의 핵심 요지다.
법무부는 이번 논란에 대해 "당시는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던 전직 고위 공무원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출금 요청을 했던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에 해당하므로 내사 및 내사번호 부여, 긴급 출국금지 요청 권한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당시 출금 절차가 적절했느냐를 두고 법무부 소속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고, 향후 법적 쟁점에 대한 대응 논리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명의 합리성엔 물음표가 붙는다.
한편 법조계에선 그 대상이 누구인지를 떠나 이처럼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조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참여하기도 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권 제한은 그 근거가 있어야 하고 적법절차는 법치주의의 본질적 내용"이라며 법무부 해명을 정조준했다.
박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관련 문제는 공무원의 역할인 '법치주의 실현'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의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업무처리였다는 주장은 출국금지 요청 당시 강조된 김 전 차관 혐의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놓고 보면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재심(再審) 전문 변호사인 박 변호사는 지난 2018년 2월 진상조사단 출범 당시 민간인 조사단원으로 참여해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 조사를 맡아 대전지검에서 파견된 이규원 검사와 함께 일하다 2019년 3월 초 진상조사단에서 자진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