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김정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 김종대>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사랑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 어려움을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 헤쳐나가 보려고 만든 시간입니다. 뉴노멀 뉴로맨스. 오늘 우리가 나눌 이야기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이야기입니다. 용역업체가 바뀌게 되자 갑자기 해고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농성 그리고 고용 승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LG트윈타워에서 청소일을 해 오신 김정순 씨, 어서 오세요.
◆ 김정순> 안녕하세요.
◇ 김종대> 라디오 처음이시죠?
◆ 김정순> 네, 처음이에요.
◇ 김종대> 네. 편하게 생각하시고요. 입사하신 때가 언제입니까?
◆ 김정순> 2012년 10월 24일날 입사를 했습니다.
◇ 김종대> 8년이 조금 더 되셨습니다. LG는 대기업이고 또 인상도 깨끗하고. 청소일 시작하니까 그때 당시에 가족들 반응 어떠셨어요?
◆ 김정순> 그때 당시에 제 남편이 택시운전을 했었거든요.
◇ 김종대> 그렇군요.
◆ 김정순> 택시운전을 했었는데 어느 날 과로로 쓰러졌어요. 늦게사 119를 불러서 병원에 갔더니 뇌경색이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현재는 한쪽을 못 쓰고 있어요. 언어도 안 되고 말이 안 돼요.
◇ 김종대> 댁에 계십니까?
◆ 김정순> 네. 제가 그래서 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제가 딱 13년 됐네요, 남편이 쓰러진 지가.
◇ 김종대> 아이고,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래도 자녀분들이나 가족분들은 그러니까 LG에 대해서 그렇게 호감도 높아졌다면서요?
◆ 김정순> 손주가 자기 아빠는 두산을 응원을 한대요. 그런데 자기는 끝까지 LG를 응원하겠대요.
◇ 김종대> 할머니 때문에?
◆ 김정순> 그래서 아빠를 따라가야지, 너 왜 LG를 응원해? 아빠하고 그러면 안 좋잖아 그랬더니 할머니가 LG에서 일하잖아,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예요. 손주가. 그래서 할머니가 뭐 하는지도 모르고 LG에 있는 것만 알고 LG를 응원한다고 자기가 그런 소리를 할 때 제 가슴이 찡했어요.
◇ 김종대> 그렇군요. 그럴 때는 참 마음이 따뜻하셨을 것 같아요.
◆ 김정순> 네.
◇ 김종대> 지금은 8년이 넘으셨으니까 거의 상당히 군대로 얘기하자면 고참급?
◆ 김정순> 그렇죠.
◇ 김종대> 오래 근무하신 그런 상황이네요. 그렇게 해서 일단 주로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이십니다. 저녁때 출근을 하세요. 그러면 일단 옷 갈아입으시고, 먼저. 그다음에 일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 김정순> 이제 옷 갈아입고 21층에서 35층까지 하고요, 4명이서요. 35층까지 하고 20층에서 6층까지 또 4명이서 합니다. 2조로 나눠져서요. 11시까지 하고 내려와요.
◇ 김종대> 11시까지 하고.
◆ 김정순> 네, 이제 쉬는 곳으로요. 휴게실로 내려와서 가니까 2시간 반을 쉬라고 그러더라고요.
◇ 김종대> 2시간 반을. 왜 그렇게 오래 쉬었죠?
◆ 김정순> 이제 그래서 어머, 좋은 회사네. 2시간 반이나 쉬어주고. 그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그랬더니 나중에 봤더니 그걸 뺏더라고요, 시간을.
◇ 김종대> 수당에서?
◆ 김정순> 월급에서 뺐죠, 그러니까 수당을.
◇ 김종대> 월급에서?
◆ 김정순> 네, 그 시간을 뺀 거예요. 그래서 하루 일하는 시간이 6시간 반인가 그것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걸 빼버리니까.
◇ 김종대> 2시간 반을 쉰다면 차라리 출근을 늦게 하든가 퇴근을 일찍 해서 필요한 휴식만 하고 회사에 있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안 되고?
◆ 김정순> 그래서 그동안에 그거를 권유를 많이 했어요. 우리가 좀 덜 쉬겠습니다. 그걸 좀 개선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여러 번 건의를 했어요. 그런데 그게 얀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힘으로는 그걸...
◇ 김종대> 관철시키지 못하고.
◆ 김정순> 못하고 그냥 2019년도까지 그렇게 했었어요, 일을.
◇ 김종대> 참 이해가 안 가는데 어떤 이득을 노려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일하시면서 특별히 힘든 점, 그러면서도 또 좋았던 점 소개해 주신다면요.
◆ 김정순> 힘든 점은요. 반장이 있고 감독이 있습니다. 온갖 갑질을 다 하고 지금 와서 생각하니까요. 온갖 갑질을 다 당하고 해야 되지 않을 일들을 엄청 많이 시켰고.
◇ 김종대> 해야 되지 않을 일들.
◆ 김정순> 네.
◇ 김종대> 예를 들자면 어떤 일입니까?
◆ 김정순> 화장실 청소를 시킨다든가. 야간에서는 화장실 청소를 일절 안 했어요. 주간 업무에요.
◇ 김종대> 주간 업무.
◆ 김정순> 그랬는데 이제 어느 분이 아파서 한 달 동안 안 나오는데 그 자리를 좀 해야 된다, 이런 식으로 시키기도 하고.
◇ 김종대> 그런 이유 때문에 노조가 생긴 건가요?
◆ 김정순> 저희들은 노조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고 주간분들이 노조를 하자,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큰둥했었죠.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동안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본사 팀장이라는 사람이 왔어요. 여사님들 불편한 게 뭐가 있습니까, 이렇게 물어요. 그래서 지하방이니까 공기도 안 좋고 공기청정기도 필요하다. 2시간 반 쉬어주지 말고 1시간 집에서 더 늦게 나오게 하고 1시간을 우리가 덜 쉬겠다. 그런 거 개선.
◇ 김종대> 개선됐습니까?
◆ 김정순> 네, 됐어요. 우리가 원하는 걸 예, 알았습니다, 여사님들 하고. 그래서 저희들은 나이가 있으니까 일을 더 하고 싶은데 이제 정년 얘기를 했어요. 어떻게 할 거냐고 그랬더니 여사님들 건강만 하시면 저하고 언제까지 같이 갈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우리는 본사에서 와서 이렇게 얘기를 해 주는데 우리가 노조 들 필요가 뭐가 있냐, 그런 거 하지 말자. 그리고 안 하려고 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랬는데 전화가 왔어요. 언니, LG에서 사람을 많이 구하는데 어떻게 된 거냐?
◇ 김종대> 사람을 구한다?
◆ 김정순> 네. 그래서 무슨 소리야. 우리는 이렇게, 이렇게 해서 건강만 하면 오래도록 일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무슨 소리야. 그랬더니 언니, 어디어디 사람 모집하는 데 한번 들어가 봐. 거기 들어가서 보니까 15명을 모집을 해놨어요. 가서 왜 이렇게 거짓말을 했느냐, 사람을 이렇게 모집했는데 얻다 쓰려고 모집했느냐 그랬더니 우리한테 들킨 거죠. 몰래 12월 31일까지 몰래 우리를 달래서 끌고 가서 그때 가서 해고를 하려고 우리를 달랬던 거예요. 사줄 거 사주고 우리가 해 달라는 거 해 주고.
그래서 우리가 그때 노동조합에 가입을 해버렸어요, 다. 그래서 그때 그 사람들이 못 잘랐죠, 우리를. 그러니 사람이 남잖아요, 이제. 항상 회사 측에서 하는 소리가 사람이 남아서 자기네들 손해를 많이 본다는 거예요. 당신들이 잘못해 놓고 이게 무슨 소리냐. 그러면서... 그런데 저하고 다른 여자분 세 분하고 주차장을 닦으래요. 이제 그 사람들은 너희들 이렇게 힘들게 시키면 나가지, 너희들이 버텨? 이런 식으로 시킨 것 같아요. 1월 1일부터요.
◇ 김종대> 1월 1일부터. 그러니까 작년이죠?
◆ 김정순> 20년 1월 1일부터요.
◇ 김종대> 작년, 1년 전입니다.
◆ 김정순> 네. 그래서 우리는 그걸 했어요. 우리가 주어진 업무니까 우리는 하겠다. 주차장이 얼마나 기름때가 많습니까, 차 기름때가.
◇ 김종대> 닦기가 힘들죠.
◆ 김정순> 힘들죠. 눈, 비 오고 나면 차 바퀴에 얼마나 많이 묻혀 들어오고 염화칼슘 많이 들어오고 그래도 그냥 했어요, 우리는. 우리 주어진 일이니까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하자 하고 했었어요.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직원분들이 지나다니면서 여기 호텔 같다고, 너무 깨끗하다고. 이런 소리를 참 많이 들었어요.
하면서 힘드니까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있잖아요. 춥기도 하고 그래서 들어가서 따뜻한 물을 좀 떠다 먹었어요, 몇 번. 그랬더니 감독이 문을 잠가버린 거예요, 못 떠다 먹게. 그래서 물을 못 먹었죠. 각자 집에서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다가 하나씩 갖다가 놓고 먹고.
◇ 김종대> 아니, 가까이 있는 정수기 좀 쓰는 게 뭐 그렇게 문제가 됩니까?
◆ 김정순> 그게 그러니까 갑질이라는 거죠.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인 줄 알았나 봐요, 그 사람들은.
◇ 김종대> 그러니까 뭔가 통제하겠다, 자기들 의도대로 이렇게 좌지우지하겠다.
◆ 김정순> 괴롭히고.
◇ 김종대> 괴롭히겠다.
◆ 김정순> 힘들게 시키고 이렇게 하면 너희들이 나가지 버텨? 이런 식으로 했던 것 같아요.
◇ 김종대> 그렇군요. 그렇게 시키는 대로 다 했어요, 노조 가입도 하고. 그런데 계약 해지는 왜 된 겁니까?
◆ 김정순> 청소 질이 떨어졌답니다. 그래서 다른 용역으로 넘어갔으니까 자기네들은 우리를 해고를 할 수밖에 없고 다른 용역에 드니까 자기네들은 끝났다.
◇ 김종대> 그러니까 진짜 이유가 말이죠. 그건 표면적인 이유는 청소의 질이 떨어졌다는 거고. 이렇게 노조를 결성해서 통제가 안 되는 이런 상황 싫다.
◆ 김정순> 그렇죠.
◇ 김종대> 말하자면 노조 결성이 직접적 이유가 된 건가요?
◆ 김정순> 그렇죠. 이런 말을 했다고 들리더라고요. 노조를 뿌리째 뽑아서 없애버려라.
◇ 김종대> 없애버려라?
◆ 김정순> 네.
◇ 김종대> 그렇게 되면 노조가 있는 회사는 통째로 LG 본사와 청소 계약이 이제 해지가 되고 완전히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거죠?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가 안 된 거고.
◆ 김정순> 네.
◇ 김종대> 알겠습니다. LG 청소 용역이 넘어간 과정이 조금 복잡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전문가 이야기를 전화로 연결해서 듣기로 하겠습니다. 한양대 이창민 교수님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이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이창민> 네, 나와 있습니다.
◇ 김종대> 지금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해고 이슈 굉장히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보니까 트윈타워의 청소 용역업체가 LG의 구광모 회장의 고모들이 만든 회사네요.
◆ 이창민> 네, 네. 우리 재벌 구조가 복잡하잖아요. 본질은 잘 짚으셨는데 구광모 회장이 자기 고모 회사한테 일감 몰아준 거예요. 그런데 이제 이 과정을 좀 말씀을 드리면 LG라는 그룹은 지주회사 형태라서 맨 위에 주식회사 LG라는 모회사가 있어요 엄마회사가 있고. 그 아래에 이제 자회사, 손자 회사들, 아들 회사, 손자 회사 이렇게 쭉쭉쭉 내려오는 형식인데 그 자회사 중의 하나가 S&I코퍼레이션이라는 거죠.
◇ 김종대> S&I코퍼레이션.
◆ 이창민> 이게 LG의 계열사인데 여기가 시설 관리, 건물 관리 이런 비즈니스를 자기들이 해요. 그런데 이제 이거를 LG트윈타워의 시설 관리를 자기들이 직접 안 하고 이거를 밖에다 용역을 준 거죠. 그게 이제 지수INC라고 해서. 그건 LG의 계열사는 아닌데 고모들이 가지고 있는 회사예요. 그래서 결국은 그런 식으로 해서 약간 이제 규제를 피해가면서 일감을 이렇게 몰아준 거라고 보시면 돼요.
◇ 김종대> 그렇군요.
◆ 이창민> 그런데 이제 이번에 그 용역 관계를 지수INC 고모에게 주던 것을 그것을 계약을 끝내고 이제 백상이라는 그러니까 제3의 회사로, 그러니까 결국 하청을 넘기면서 이번에 여러 가지 노조 이슈나 고용 이슈나 이런 것들이 불거지게 된 거죠.
◇ 김종대> 그렇군요.
◆ 이창민> 그런데 여기서 조금 이제 이상하다고 보는 것은 이 쪽에 이번에 계약 해지를 하면서 결국 고용 승계를 안 하고 이런 건데요. 그래서 회사에서 입장을 낸 것을 보면 이 고모 회사, 그러니까 원래 일감을 몰아주던 지수INC의 서비스 품질 저하가 이제 회사를 바꾸는 이유다 이렇게 언론에 얘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게 되게 이상해요. 왜냐하면 원래 고모 회사한테 일감 몰아준 거잖아요.
◇ 김종대> 그렇죠.
◆ 이창민> 그러니까 원래부터 이렇게 무슨 품질을 보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자기들 가족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를 했던 건데 이제 와서 그거를 품질 저하가 회사를 하청업체를 바꾸는 거라니까 굉장히 의구심이 드는 여러 가지 거래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 김종대> 그러면 지수INC, LG그룹의 어떤 건물 관리 청소를 거의 도맡아 한 것 같은데요. 이 회사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상당한 수익을 올렸을 것 아닙니까? 5억 원의 자본금 설립한 걸로 돼 있는데 실제로 얼마나 수익을 올렸죠?
◆ 이창민> 그런데 여기를 제가 지수INC 감사보고서를 쭉 봤거든요. 그런데 여기가 일감 몰아주기를 했는데 굉장히 뭐라고 그럴까요? 뭐라고 표현할까요? 너무 대놓고 가족 이익을 추구를 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제 그 두 고모분이 한 10년 전쯤에 이 회사를 두 분이서 2억 5000씩 5억 원에 설립을 했는데 제가 보니까 10년 동안 배당으로 거의 200억이 가깝게 가져가셨더라고요.
◇ 김종대> 그러니까 5억으로 설립해서 5억하고 207억을 배당금으로 받아갔다.
◆ 이창민> 네. 그런데 이게 보면 보통 저희가 배당 성향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왜 기업들이 지주들한테 배당을 줄 때 그래도 자기들이 번 돈 안에서 주는 거잖아요. 자기가 이익을 낸 안에서.
그런데 최근에 보면 최근 한 3년간은 한 두 해는 당기순이익. 그러니까 번 돈보다도 배당을 더했어요. 그러니까 어마어마하게 돈을 빼간 거라고 보죠. 이게 전형적인 저희가 공정거래 측면에서의 사익편취 뭐 이런 거라고 보고 있거든요. 굉장히 안 좋은 것 같아요.
◇ 김종대> 그렇게 해서 돈을 그렇게 배당금으로 많이 가져갔으면 아주 짭짤한 장사인데 이번에 고모들이 이 지수INC가 결국 손을 뗐어요. 그래서 다른 회사로 넘어갔는데 이것은 사실 좀 이해가 안 갑니다.
◆ 이창민> 사실 지금 문제는 이제 고용 승계 문제고 이런 건데요. 그냥 자기들은 주식만 팔고 나가면 사실은 여태까지 배당금을 챙긴 것만큼 챙기고요. 그다음에 주식을 팔면 또 주식 매각 차익까지 챙기는 거거든요.
◇ 김종대> 아이고, 매각으로 또 돈을 벌고.
◆ 이창민> 네, 매각이 지금 주가가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 액수도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전혀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안 지는 식의 일종의 꼬리 자르기예요. 그래서 이렇게 문제를 푸시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구광모 회장하고 고모들이 머리를, 머리를 모으셔서 이번 이 고용 승계 문제나 이거를 정면으로 해결책을 좀 내셔야 될 것 같습니다.
◇ 김종대> 알겠습니다. 항상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셨는데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 이창민> 감사합니다.
◇ 김종대> 들으시면서 어떤 생각 드십니까?
◆ 김정순> 청소업계라는 데는 생산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뭘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것도 아니고.
◇ 김종대> 그렇습니다.
◆ 김정순> 오로지 청소노동자들의 피와 땀이잖아요.
◇ 김종대> 그렇죠. 서비스업이죠.
◆ 김정순> 그렇죠. 그런데 거기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챙겨갔다는 게요. 얼마나 우리들한테 쥐어짜고 짜고 해서 그렇게 가져갔을까.
◇ 김종대> 그러면 가끔 회사 측하고 임금 협상도 하셨잖아요.
◆ 김정순> 네.
◇ 김종대> 주로 요구사항은 어떤 거였고 회사의 반응은 뭐였습니까?
◆ 김정순> 저희들은 생활임금 보장을 했었어요.
◇ 김종대> 생활임금.
◆ 김정순> 조금만. 한 200~300원이라도 이렇게 원했는데 겨우 회사 측에서 가지고 나온 건 언젠가 10원 올려주겠다, 이렇게...
◇ 김종대> 시간당 10원 올려주겠다.
◆ 김정순> 네, 네. 그렇게 가지고 나왔다고 그러더라고요.
◇ 김종대> 그럼 하루 6시간 일하면 60원 하루 일당 얹어주겠다.
◆ 김정순> 그래놓고 이제 두 번째 나온 게 60원 얘기가 나왔대요.
◇ 김종대> 60원.
◆ 김정순> 두 번째 협상에서 60원.
◇ 김종대> 시급 60원.
◆ 김정순> 그래서 저희들이 그랬어요. 너나 가져라 그랬어요.
◇ 김종대> 사실 이런 얘기는 듣는 것 자체가 뭔지 더 무시당하는 느낌이셨겠어요.
◆ 김정순> 그렇죠.
◇ 김종대> 그럼 지금 시급은 얼마 받으세요?
◆ 김정순> 지금 최저임금이죠.
◇ 김종대> 최저임금에 맞춰서. 그러니까 적게 줄 수 있는 한 최대한 적게 주겠다?
◆ 김정순> 네.
◇ 김종대> 그리고 어쩌다가 항의가 들어가면 시급 10원 올려주겠다, 60원을 얹어주겠다.
◆ 김정순> 장난하는 거죠. 해 주려고 하는 생각이 아니죠, 이거는.
◇ 김종대> 결국 참고 참고 하시다가 농성에 들어가셨어요. 어떤 마음으로 농성을 결심하셨습니다.
◆ 김정순> 저희는 나이가 이렇게 있지만 그 아래 동지들이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많은데 그렇게 투쟁하고 있는데 해고 직전에 회사 측에서 뭐라고 말을 했냐 하면 위로금을 주겠다.
◇ 김종대> 위로금.
◆ 김정순> 네. 한 사람, 한 사람 불러다가 너는 500 줄게, 위로금을. 너는 300 줄게, 너는 400 줄게. 이런 식으로 하는 거예요.
◇ 김종대> 그러니까 사람들 사이를 분열시키겠다는 얘기 아닙니까? 일률적으로 같이 협상해 주는 게 아니고.
◆ 김정순> 네. 그래서 거기에 흔들린 사람들이 많았어요. 흔들리는 사람 많고. 저는 올해 정년이라고 그랬잖아요. 정년자들은 그나마 하나도 없어요.
◇ 김종대> 정년은 위로금도 없고.
◆ 김정순> 네. 정년이고 저희들은 오래했잖아요. 그러면 오히려 우리를 위로금을 줘야 맞는 거 아니에요?
◇ 김종대> 그러니까 이게 일종의 입막음용...
◆ 김정순> 입막음이고 노조 와해시키려고 하는것이죠.
◇ 김종대> 노조 와해시키려고.
◆ 김정순> 그 돈에 흔들려서 너희들이 이렇게 주면 그 돈에 넘어갈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 김종대> 그래서 농성장에서 단결된 힘을 보인 것은 결국 그런 회사의 의도를 거부한 것 아닙니까?
◆ 김정순> 그렇죠.
◇ 김종대> 서로 이런 의사가 잘 확인이 되고 단결이 잘됐나 보죠?
◆ 김정순> 네. 그래서 그 돈을 마다하고 우리는 그 돈 필요 없다. 그래서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으니 고용 승계해 달라. 끝까지 똘똘 뭉쳐서 정년이 됐든, 일할 수가 있든 없든 간에 우리는 끝까지 갈 것이다 하고 뭉치고 싸우고 있는 거예요.
◇ 김종대> 그렇게 됐군요.
◆ 김정순> 네.
◇ 김종대> 페이스북에 올라온 영상이 있는데 보니까 투쟁천리라는 노래도 있는데 이게 개사곡 같습니다. 유정천리를 개사한 것이죠?
◆ 김정순> 네.
◇ 김종대> 아이고, 한번...
◆ 김정순> 우리 여사님 중에 한 분이 이걸 개사를 해서 가져오셨더라고요. 불러보자고 해서 많이 불렀어요.
◇ 김종대> 조금 불러주실 수 있어요?
◆ 김정순> 가련다 지켜가련다~. 동지들의 손을 잡고~. 똘똘 뭉쳐 투쟁하면~. 승리의 길 보인다네~. 부족해도 나는 좋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청소노동자 단결 투쟁~. 생존권을 사수하자~.
◇ 김종대> 아니, 노래 너무 잘하세요. 그런데 이 노래 우리 김정순 씨가 부르는 걸 들으면 상당히 눈물 흘리는 동료들 많겠어요. 어떻습니까? 지금도 대답을 못 하시네.
◆ 김정순> 울면 안 돼요. 씩씩해져야 돼요.
◇ 김종대> 농성 중에 전기 끊기고 식사도 못하게 했던 그날. 그거 새해 첫날이잖아요. 그날 상황을 좀 이야기해 주세요.
◆ 김정순> 그날은 이제 다 휴무잖아요. 아침에 밥이 들어왔어요. 이제 연대해 주시는 분이 밥을 해 왔어요. 해 왔는데 그날부터 문을 막는 거예요. 아무것도 못 들어오게. 아무것도 못 들어오게 문을 막고 그날부터 전기를 끊었어요.
◇ 김종대> 전기도 끊고.
◆ 김정순> 네. 저희들은 이제 핸드폰도 충전을 시켜야 되고 커피포트에다 물 끓여서 물도 한 잔씩 마셔야 되고 그래야 되는데 그걸 딱 끊어버렸어요.
◇ 김종대> 날도 추웠는데.
◆ 김정순> 추웠죠. 그래서 너희들이 그렇게 끊어도 우리는 추워서 못 견디고 나갈 줄 알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끝까지 간다, 우리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고는 버텼어요. 그랬더니 이제 그 지부장님께서 라면이 조금 들어온 게 있으니까 컵라면을 하나씩, 컵라면이라도 하나씩 드십시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컵라면 하나씩 먹었어요, 그날 하루.
◇ 김종대> 하루에 컵라면 하나.
◆ 김정순> 네. 크리스마스까지도 밥을 안 넣어줬어요, 2일까지도요. 그래서 그러면 가족들이 간식거리라도 사 가지고 와서 문 앞에 와서 이거 좀 넣어주시오 하면 넣어줄 줄 알고요. 그랬더니 초코파이를 한 상자를 가지고 왔어요, 이렇게 큰 상자로 한 상자를 사서 왔어요.
◇ 김종대> 가족이?
◆ 김정순> 네. 그걸 사가지고 오니까 그걸 안 넣어줘요. 그래서 그것도 안 넣어주는구나 하고 그냥 그럼 우리는 그냥 굶자 하고 있었죠. 그랬는데 이제 다른 데에서 연대에 오신 분들이 젊으신 분들이 많이 와서 문을 밀었어요, 밥을 들어가게 해 달라. 그러다가 이제 장정들이 안에서 밀고 밖에서 밀고 하니까 유리가 깨졌어요. 깨졌는데 그 깨진 문 사이로 초코파이가 들어왔어요. 들어오니까 이제 여사님 한 분이 이걸 끌어안더라고요, 초코파이통을.
◇ 김종대> 초코파이를.
◆ 김정순> 그 S&I 직원이 그걸 보더니 얼른 뺏어서 흘린 것은 발로 짓이겨버리고 그걸 뺏어서 반대쪽 회전문 쪽으로 뛰어가더니 밖으로 던져버려요. 던져버리면서 먹으려면 나가서 주워 먹으라고.
◇ 김종대> 그렇게 말을 합니까?
◆ 김정순> 네,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 김종대> 그래서 그 장면이 사실 언론에 보도가 돼서 시민들이 아주 엄청난 분노. 이게 말이 되냐. 이래서 후원금 운동이 시작된 것 아니겠습니까? 보니까 구내식당 한 끼값이 5500원.
◆ 김정순> 5500원이에요. 많이들 보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그래요.
◇ 김종대> 지금 많이 모였습니까?
◆ 김정순> 제가 며칠 전에 들은 걸로는 4500만원 올렸다고 그러더라고요.
◇ 김종대> 많은 시민들이 보내주셨네요. 이 돈을 일부를 청와대 단식 농성하는 분들에게 전달하자고 결정하셨다고요?
◆ 김정순> 네, 네. 그 갔다 오신 분들 얘기를 들으면 그냥 이렇게 방석 하나 깔아놓고 앉아 계신다 그러더라고요.
◇ 김종대> 야외에서.
◆ 김정순> 네.
◇ 김종대> 이 추운데.
◆ 김정순> 막은 뭣도 없이 그냥 이렇게 앉아 계신다고 그러면서 우리는 이렇게라도, 우리는 건물 안에 있는데 너무 고생하신다고. 지부에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얘기하더라고요. 좋다고 박수를 다 치고요.
◇ 김종대> 보내드렸군요.
◆ 김정순> 보내드리자고 그랬어요.
◇ 김종대> 그렇게 해서 지금 농성은 나름대로 좀 체제를 갖춰가고 있겠네요. 다만 출입이 좀 자유롭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네요. 외부에서 많이 응원하는 어떤 그 단체나 개인들 찾아왔습니까?
◆ 김정순> 하루에는 한 다섯 번 정도 오시는 것 같아요.
◇ 김종대> 그렇군요.
◆ 김정순> 그래도 한 번도 못 들어와요.
◇ 김종대> 들어오지는 못하고 밖에서만.
◆ 김정순> 네. 밖에서만 그냥, 막 그냥 진짜 창살 없는 감옥같이 그렇게 하고 있어요.
◇ 김종대> 그렇군요.
◆ 김정순> 영하 18도, 17도, 15도 됐는데도 1시간씩, 2시간씩 서 계시고요. 그렇게 고마우신 분들이 계신 줄 저는 진짜 몰랐어요.
◇ 김종대> 저희도 방송에서 몇 번 내보냈는데요. 청취자분들이 다 듣고 많이 응원하고 계십니다.
◆ 김정순> 감사합니다.
◇ 김종대> 궁금한 것은 그 농성이 이제 한 달째 돼 가는데 건강들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 김정순> 다행히도 다들 건강하십니다.
◇ 김종대> 그래요?
◆ 김정순> 네. 그게 너무 감사해요, 그것도요. 다 씩씩하게 견디고 계세요.
◇ 김종대> 우리 여사님들 정말 강하신 분들이에요. 또 이렇게 투쟁을 하니까 더 강해지시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드릴까요? 우리 뉴노멀 뉴로맨스의 공식 질문이죠. 우리 청소노동자 김정순 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뭡니까? 우리가 어떻게 하면 사랑할 수 있을까요?
◆ 김정순> 첫 번째는요. 그것도 사랑이니까 고용 승계해 주시면 너무 좋겠고요. 연대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이 계셔서 너무 좋고요.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걸 전혀 모르고 살았어요. 저 사는 데만 바빠서. 그리 살았는데 이렇게 하고 보니까 너무 좋으신 분들도 많고 사랑들을 이렇게 많이 주셔서 많이 깨달았습니다. 많이 깨달았고 이렇게 낮은 데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 김종대> 그렇군요.
◆ 김정순> 소리 낼 수 있고 이렇게라도. 저희들이 어디 가서 이렇게 소리 낼 수 있겠어요.
◇ 김종대> 항상 낮은 데서 일했지만 같이 단결해서 스스로 자기 존재를 알아나가는 이런 과정이 소중하다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오늘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 들려주셨어요. 꼭 투쟁에서 승리하시고 댁에 계신 가족분도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김정순> 감사합니다.
◇ 김종대> 김정순 청소노동자였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정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