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권경선 부장판사)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A(57)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권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조기축구를 마치고 회원들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가다가 인도를 침범해 가로등과 오토바이를 들이 받았고 그 결과 만 6세에 불과한 피해자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다"며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형과 어머니는 가까운 거리에서 사고 장면을 목격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이 자동차 보험에 가입돼 있다"며 "사고 직후 피고인은 반성문을 계속해서 작성해 사망한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음주 후 운전대를 잡은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등 여러 사정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 이후 유족들은 "판사님 너무하다", "검사 구형보다 어떻게 낮을 수 있나", "이건 아니다"고 반발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재판이 끝난 이후에도 법정에 남아 피해자의 영정 사진을 끌어안고는 한참을 오열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법원 밖에서 취재진을 만나 "그냥 가만히 서 있다가 하나도 잘못이 없는 우리 아이가 대낮에 음주 차량에 치여서 허망하게 하늘나라로 갔는데 어떻게 가해자에 양형기준이 적용돼서 2년을 더 삭감해주냐"며 "형량을 더 높이진 못할망정 이게 말이 되는 판결이냐. 아이에게 더 미안하고 판사한테 정말 실망스럽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저희 아이가 못 피한 게 잘못이 됐다. 저희 부부가 아이들 보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 죄다"며 "저희가 방임죄로 처벌받는게 오히려 속 시원할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9월 6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인도에 있는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인근에 있던 6세 아이를 덮쳤고,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는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으로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햄버거 가게 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피해 아동과 형(9)을 가게 밖에서 기다리게 하다가 변을 당했다. 형은 간발의 차이로 참변을 면했다.
조사 결과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로 면허 취소 수준(0.08%)을 훨씬 웃돈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