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직원 11명도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들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98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그리고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각 금고 5년을 구형하고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각 금고 3~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고는 징역처럼 수형자를 교정시설에 수용하지만 강제노동은 시키지 않는 처벌이다.
재판부는 "역학조사나 임상사례, 세포 독성실험 등을 함께 살펴봐도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까지 이뤄진 모든 실험을 종합해볼 때 C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이 사건에서의 폐질환 및 천식의 발생 또는 악화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사망 간 인과관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2년 동안 심리한 결과 CMIT 가습기살균제는 지난 번 유죄가 선고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의 가습기살균제와는 성분과 유해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며 유죄 선고가 나온 옥시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PHMG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한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 등은 유죄가 선고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이며 바라보는 심정은 안타깝고 착잡하다"면서도 "향후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의 근본원칙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선고 직후 피해자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중 한 명은 "사망에 이르거나 지금까지 치료를 받으면서 투병 중인 저희 피해자들은 그럼 과연 무슨 제품을 어떻게 썼다는 말이냐"며 "이 제품을 써서 죽어간 사람들이 어마어마함에도 어떻게 무죄라고 할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