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애경·SK케미칼 前 대표 1심 '무죄'…"입증 부족"

홍지호·안용찬 대표 등 13명 1심서 모두 무죄
재판부 "CMIT·MIT 성분-폐질환 인과관계 증명 부족"
옥시 사건 언급하며 "유해성에서 많은 차이 있어"
피해자 "죽어간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무죄냐" 눈물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홍 전 대표를 비롯한 모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한형 기자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인명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직원 11명도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들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98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그리고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각 금고 5년을 구형하고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각 금고 3~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고는 징역처럼 수형자를 교정시설에 수용하지만 강제노동은 시키지 않는 처벌이다.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홍 전 대표를 비롯한 모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한형 기자
하지만 재판부는 CMIT·MIT 성분과 폐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역학조사나 임상사례, 세포 독성실험 등을 함께 살펴봐도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까지 이뤄진 모든 실험을 종합해볼 때 C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이 사건에서의 폐질환 및 천식의 발생 또는 악화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사망 간 인과관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면서 "2년 동안 심리한 결과 CMIT 가습기살균제는 지난 번 유죄가 선고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의 가습기살균제와는 성분과 유해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며 유죄 선고가 나온 옥시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PHMG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한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 등은 유죄가 선고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이며 바라보는 심정은 안타깝고 착잡하다"면서도 "향후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의 근본원칙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선고 직후 피해자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중 한 명은 "사망에 이르거나 지금까지 치료를 받으면서 투병 중인 저희 피해자들은 그럼 과연 무슨 제품을 어떻게 썼다는 말이냐"며 "이 제품을 써서 죽어간 사람들이 어마어마함에도 어떻게 무죄라고 할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관계자들 및 피해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SK케미칼·애경 前대표를 비롯한 모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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