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소청과의사회)는 11일 장씨의 어머니 A씨를 아동학대방조와 살인방조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A씨가 딸 부부와 함께 살면서 정인이의 학대피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A씨는 지난해 9월 23일 약 2달 동안 집안에서 학대를 받았던 피해 아동을 직접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며 "장씨의 집에 있었고 여름에 휴가도 같이 가서 장씨가 정인이를 정서적·신체적으로 학대한 내용을 모를 리 없다"고 짚었다.
이어 "그럼에도 A씨는 피해 아동을 구제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장씨의 (수술) 회복만을 도와 피해 아동에 대한 장씨와 (양부) 안모씨의 학대 행위를 방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23일은 정인이에 대한 3차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던 날이다. 두달여 만에 등원한 정인이의 상태가 나빠진 것을 확인한 어린이집 교사가 소아과에 내원했고, 진료를 본 의사가 경찰에 학대 신고를 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분리조치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의사회는 A씨가 당시 어린이집 원장으로 현행법상 '신고 의무자'인 점도 강조했다. 단체는 "A씨는 아이들을 하루종일 보는 어린이집 원장이기 때문에 정인이 상태를 몰라봤을 리가 없다"며 "아동복지시설의 장으로서 아동학대가 무엇인지,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을 고려하면 방조 혐의는 더욱 명확하다"고 했다.
의사회는 정인이의 양외조모가 살인을 방조한 혐의도 받는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피해 아동이 양부모에게 살해당해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학대 행위를 방조했고, 사실상 그들의 살인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용이하게 했다"고 말했다.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13일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부검 결과 정인이는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 췌장이 절단돼 복강 내 출혈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 출혈이 유발된 복부 손상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조사 결과 정인이의 양부모는 입양 한달 만인 지난해 3월부터 정인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8일 장씨를 아동학대치사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양부인 안씨를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기록과 전문가들의 의견서 등을 바탕으로 장씨 등에게 살인죄를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