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도 힘든 상황에서 사실상 전 국민이 주식 열풍에 동참하자,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공매도 금지'를 다시 연장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여당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동학개미, 與 의원들까지 나서 "공매도 금지 연장"
개인투자자들이 11일 하루에만 코스피에서 4조 4852억 원을 매수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관과 외국인의 대량 매도 물량을 사실상 모두 받아내며 지수를 약보합으로 끝냈다.
하지만 동학개미들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다. 바로 공매도다.
가령, 1주에 1만 원짜리 주식이 조만간 1천 원으로 떨어질 걸로 예상하면 주식 1주를 빌려 팔아 1만 원을 확보한 뒤, 주가가 1천 원으로 떨어지면 1주를 되갚고 9천 원의 수익을 챙기는 구조다.
따라서 떨어질 거란 정보를 미리 확보할 수 있는 기관이나 외국인들에게 유리하다. 공매도가 개미들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비난을 받는 배경이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동학개미를 "단기 차익에만 목적을 둔 개인투자자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와 K-뉴딜에 투자하고 있는 미래 투자자, 애국 투자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시간을 갖고 금융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이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공매도 금지 연장 필요성을 시사했다.
동학개미들은 나아가 공매도 영구 금지를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선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한다'는 글이 올라와 6만 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 의식했나'…與 지도부 "좀 더 살펴봐야"
다만, 공매도 제도가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는 순기능도 가진 만큼, 영구 금지보다는 제도 개선 쪽으로 향후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손봐야할 부분이 '무차입 공매도'다. 이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차입 공매도와는 달리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선 불법이다. 하지만 처벌 수위가 낮고 적발이 어려워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형국이다.
불법 공매도 위반 현황을 보면, 지난해 공매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541억 원이었다. 지난 10년 사이 4배가 늘어난 수치다. 또 지난 10년 동안 모두 49개 회사(외국계 기관 42곳, 국내 기관 7곳)가 적발됐지만 누적 과태료는 94억 원에 불과했다.
이에 금융위에서도 제도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에게 공매도 기회를 확대해 접근성을 키우는 동시에, 투자 한도를 적용해 보호 장치로 삼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매도 금지 연장'에 아직까진 신중한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매도와 관련해 아직 당 지도부 차원에서 공식 논의된 적은 없다. 공매도 부분은 제도적으로나 여러모로 좀 유심히 살펴볼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는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700~10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동학개미들의 요구를 무작정 무시할 수는 없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