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무부는 9일 일반에 공개된 새해 첫 상무부령(외국 법률·조치의 부당한 역외 적용 저지 방법 규정)을 통해 미국의 대중 제재를 일절 따르지 말라고 경고했다.
상무부령을 보면 미국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어떤 나라가 일방주의를 밀어붙이면서 다른 나라 기업과 개인이 관련국과 경제무역 활동을 하지 못하게 협박했다"고 밝히는 등 누가 봐도 미국의 제재에 대한 반격 조치임을 알 수 있다.
상무부령 9조는 외국의 제재로 경제적 손해를 본 중국의 개인이나 기업은 해당 제재를 이행한 상대방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중국 법원에 낼 수 있도록 했다. 배상에 응하지 않으면 중국 법원이 강제 집행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미국의 제재 표적이 된 자국 기업을 정부가 직접 구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상무부령 11조에는 "중국 공민, 법인 또는 기타 조직이 (외국의) 금지령 때문에 손해를 봤거나 외국의 법률과 조치(제재)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한 손실을 보게 됐을 때 정부는 실제 상황에 근거해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 화웨이는 외국의 제재 조치로 손해를 봤기 때문에 중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고, 중국 정부가 이에 화답해 대규모 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
결국 2021년 제1호 상무부령은 미국과 거래하고 중국의 제재를 받을 것인지, 미국의 제재를 감수하고 중국과 거래할 것인지 선택하라는 압력과 다름이 아니다.
상무부령의 구체적인 시행 방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세계 1,2위 경제권인 미·중과 거래하는 세계기업들이 당장에 양자택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선택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
또 복잡한 경제관계로 얽힌 세계경제 속에서 중국기업들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했다고 해서 미국 등 타국 기업들을 국내 법원에 제소할 가능성은 당장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이 현실화된 화웨이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SMIC 등을 지원할 근거는 생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의 대중 제재에 동참하는 기업을 일종의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려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후 실제 명단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처럼 이번 상무부령 1호 조치도 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필요할 때 써먹을 수도 있고,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업들을 더 심리적으로 압박할 수 있도 있다.
하지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아직 선언적 내용들이 많아 어떻게 적용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조치가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여 한국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는 신중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