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수 낀 장애인 '뒷수갑' 제주경찰…인권위 '주의' 권고

인권위 "저항 심하지 않았는데도 '뒷수갑' 채워…적절치 않아"

그래픽=고경민 기자
경찰이 왼쪽 팔에 의수(義手)를 착용한 장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뒷수갑'을 채우는 등 피의자의 신체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 제1위원회(위원장 박찬운)는 A(53)씨가 진정을 넣은 사건에 대해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모 지구대 B 경위와 C 경장에게 '주의' 조처할 것을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A씨는 "경찰관들이 체포하는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으며, 의수를 착용한 자신에게 뒷수갑을 채우는 등 신체 자유를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는 '미란다 원칙 미고지' 내용은 기각하고, '뒷수갑 사용' 진정만 인정했다. 인권위는 과도한 경찰장구 사용이 재발되지 않도록 소속 직원들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3일 오후 12시 30분쯤 제주시 한 애완동물 가게에서 강아지 분양 계약금 반환 문제로 업주와 실랑이를 벌였다.

A씨가 분양받으려 했던 강아지와 다르다며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하자 업주가 거절한 것이다.

업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모 지구대 소속 B 경위와 C 경장은 A씨에게 한국소비자보호원 등 다른 구제절차를 이용할 것을 안내했고, 수차례 "가게 밖에서 얘기하자"고 설득했다.

그런데도 A씨가 "왜 강제로 그러시냐, 억울해 죽겠다"며 가게 밖으로 나가지 않자, 경찰관들은 "퇴거 불응으로 체포하겠다"고 말하며 A씨의 팔을 뒤로 잡고 뒷수갑을 채웠다.

경찰관들은 인권위 조사에서 "당시 A씨의 반항이 심해 뒷수갑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체포 당시 뒷수갑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A씨가 저항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체포 상황에서 뒷수갑 사용은 사용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아가 경찰관들은 당시 긴박한 상황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A씨가 왼쪽 팔에 의수를 착용한 경증장애인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주의 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덧붙였다.

제주서부경찰서. 고상현 기자
'미란다 원칙 미고지' 진정 내용에 대해선 인권위는 "체포 당시 경찰관들로서는 진술거부권을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권침해 행위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를 체포할 당시 경찰관들은 변호인 선임권, 변명의 기회 등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으나, 진술거부권은 얘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범죄수사규칙 개정 전이라 의무 사항은 아니었다.

다만 인권위는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진술거부권 등 미란다 원칙 고지 내용과 관련해 혼선을 겪고 있다며 형사소송법 등 개정을 통해 명확히 해달라"고 경찰청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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