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을 전국민에 무료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는 선을 긋고, 민생 대책과 정책에 집중해 성난 민심을 추스르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입니다.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 마련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신년사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끝내 사과한 것은 정부의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세난은 물론이고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 신년사에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이날은 정부의 잘못을 어느정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정권 지지율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원인에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내부의 인식이다. 이날 대통령의 사과로 정부는 각종 규제안보다는 주택공급안에 보다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만큼이나 여론이 싸늘했던 '백신'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전국민 무료접종'이라는 파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이 커지자 문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챙겼던 상황에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무료 접종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전국민 무료 접종 계획을 밝힘에 따라 예산 확보와 지원 방식 등 관련 준비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발언하지 않았으며, '통합'이라는 가치는 '포용'으로 대체됐다. 통합을 언급할 경우 사면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표현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및 징계무산 사태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는 대신 권력기관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형성된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일인 만큼, 현장에 자리 잡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갈등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켜 나가겠다"고 말해 검찰과의 소통 강화를 암시했다.
이번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된 '공정' 이슈에 대해서도 나름의 답을 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며 "코로나 시대 교육격차와 돌봄격차의 완화, 필수노동자 보호, 산업재해 예방, 성범죄 근절, 학대 아동 보호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공정에 대한 요구에 끊임없이 귀 기울이고 대책을 보완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남북간의 역내 대화를 제안하면서 '비대면 대화' 방식을 언급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가 봉쇄 수준의 극단적인 방역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비대면 대화'를 제안한 것이다. 현재는 차단된 남북간의 통신선 복원을 비롯해 화상 정상회의 등 비대면 방식의 소통 채널이 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