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엄마가 출근한 뒤 9시간 가량 집에 혼자 있던 아이는 잠시 집 밖으로 나왔다가 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했다.
최저기온 영하 18.6도의 강추위가 서울에 몰아쳤던 8일 오후 5시 40분쯤 아이는 집 근처 편의점 주변을 서성이다 행인에게 "도와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의 내복은 대소변으로 모두 젖어있었다.
신고 후 몇 분 뒤 나타난 친모는 "당일 직장에 나간 사이 태블릿PC로 딸과 연락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발견 당일 친모를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입건하고 이르면 이번주 친모를 소환하는 등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실제 이번 상황이 정인이 사건 당시 놓쳐버린 두번째 골든타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목격자인 편의점 점주에 따르면 아이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때도 엄마를 찾으러 편의점에 왔기 때문. 정인이 학대 의심 두번째 신고도 지나가던 시민이 방치된 정인이의 모습을 보고 이뤄졌다.
경찰은 정인이 사건 때와는 달리 청소가 안 된 집 상태 등을 고려해 아이를 엄마로부터 즉각 분리 조치했다.
상당수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을 정인이 사건과 연관시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진짜 애 한명 죽어야 이렇게 일하는구나", "정인이 사건 없었으면 흐지부지 됐겠지" "제2의 정인이 만들지 말고 살릴 수 있을때 살려라" 등 비난 여론이 뒤따른다.
다만 3세 아이에 대한 학대 의심 사례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그 이전에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에도 신고가 들어온 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조사결과를 지켜보자는 일부 의견도 나왔다.
경찰 측은 "몸에서도 정인이 때와는 달리 멍 자국이나 상처 등 눈에 띄는 학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함씨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찰과 아이 엄마의) 대화로 추측해보면 '집에 왔는데 아이가 없고 그 다음에 화장실이나 이런 부분에 아이 흔적이 있어서 찾다가 편의점까지 왔다'고 (당시) 이해했다"며 "엄마가 되게 걱정이 돼서 말했을 때 '너 막 화장실에 그렇게 한 거 엄마가 다 봤어'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 바지에 대소변이 다 묻어 있었잖나. 아마 그런 게 묻어서 자기가 처리하다가 무서워서 나온 게 아니었나 추측된다"면서 엄마가 급하게 들어와 아기를 안았다고도 했다.
'아이가 엄마를 만났을 때 반가워했나'는 질문에 함씨는 "아이가 나와 이야기할 때는 단어 같은 것만 몇 개 나열하는 정도였는데 엄마를 만났을 때는 정말 품에 안겨서 말도 되게 잘했다"며 "엄마도 '너무 추웠지?' 물으며 걱정하고 쓰다듬어주고 그랬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아동학대 유관기관 공동업무 수행지침에 따르면 신체적·정서적 학대 이외에 유기·방임도 대표적인 아동학대 중 하나로 꼽힌다.
한편 아이의 엄마는 경찰 측에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고 싶지 않다고 해 보내지 않았다"고 진술한 상태이다. 경찰은 아보전이나 구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아이 진술을 확보하고 필요하다면 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