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모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빠졌고 당 부장 명단에도 이름이 없었다. 반면 김정은의 최측근인 조용원은 정치국 상무위원에 새로 진입하는 등 약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조선로동당 총비서 선거와 관련해 리일환 대표가 수령의 지위를 차지하는 당의 최고령도자를 옳게 추대하는 것이 가지는 정치적 의의"에 대해 언급하며, '김정은 총비서 추대'를 제의했고, "전체 대표자들이 전적인 지지찬동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새로운 직함인 당 총비서로 추대한 것은 전날 당 규약 개정에 따라 기존의 당 위원회 체제를 김일성 시대처럼 비서국 체제로 전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선대 수령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총비서직을 역임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4월 4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을 조선로동당의 총비서로 '영원히' 모시는 결정서를 채택한 바 있는데, 그런 직함에 김정은을 다시 추대한 것은 김정은이 노동당의 최고지도자로서 명실 공히 수령의 반열에 올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의 총비서 추대로 유일영도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그 아래 당 조직과 핵심 간부 인사는 세대교체와 함께 어느 한쪽으로 힘이 쏠리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을 도모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당의 최고기구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는 82세 고령의 박봉주가 빠지고 조용원이 새로 선출됐다. 조용원의 선출로 상무위원회는 김정은과 기존 최룡해·리병철·김덕훈 등 모두 5인으로 구성됐다.
조용원은 당 정치국 상무위원만이 아니라 당 중앙위원회 비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임명돼, 조직담당 비서도 맡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김재룡을 당 조직지도부장으로 별도 호명한 것으로 봐서, 당 조직 비서와 조직지도부장을 겸직했던 그동안의 관례와 달리 이번에 두 업무를 분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정치국 위원 진입 등 이번 8차 당 대회에서 승진할 것으로 관심을 보았던 김여정은 후보위원에서 빠졌고 당 부장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만 당 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에는 20번째로 이름이 포함됐다.
과거 김정일 후계체제를 확립하는데 주요 역할을 한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3남으로 알려진 오일정 당 부장도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오일정은 76세 고령의 최부일 대신 당에서 군사업무를 총괄하는 군정지도부장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미·대남라인 중에서는 리선권 외무상이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유지하기는 했으나 가장 나중에 호명됐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 국제부장에는 대표적인 대중국 라인인 김성남 국제부 제1부부장이 임명됐으나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되지 못했고, 대남문제를 총괄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당 비서에서 제외되고 당 부장에만 이름을 올렸으며, 대남 담당이었던 장금철 당 통일전선부장은 부장 명단에 이름이 빠졌다.
북한은 기존 10명이었던 당 부위원장 체제를 7명의 당 비서 체제로 줄였는데, 당 비서들의 면면과 과거 경력을 감안할 때 대남과 외교 담당 비서는 없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남북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와 2019년 하노이 노딜 사태의 여파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아울러 권영진이 김수길 대신 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됐고, 정상학 당 중앙검사위원장과 김두일 경제부장, 최상건 과학교육부장, 김정관 국방상, 리영길 사회안전상 등과 함께 정치국 위원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총비서와 비서국 체제를 부활한 것은 그동안 각급 당 조직 별로 너무 많은 '위원장'과 '부위원장' 직책이 있어서 김정은의 권위가 충분히 서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이제 다시 총비서와 비서국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총비서' 타이틀은 오직 김정은만 사용하고, 지방당 조직의 최고책임자 직책명은 '위원장'에서 '책임비서'로 바뀌어 김정은과 명확히 구별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이 지난 9년간의 통치를 통해 업적과 지도력을 인정받아 총비서에 추대된 것"이라며, "최대 당면과제인 경제건설과 대미관계 두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총비서 자리에 오른 만큼 책임과 의무도 더 막중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