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에서 17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식당은 최근 5인 이상의 단체 손님을 받았다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식당 직원 A씨는 지난달 말 연수구청 소속 직원으로부터 점심 식사 관련 예약 전화를 받았다.
단체 손님들은 다름 아닌 고남석 연수구청장과 부구청장, 국장급 공무원 등 일행 14명이었다.
당시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행정조치가 내려진 상태였다.
이에 A씨는 5인 이상 손님을 받아도 되는지 물었고, "구청장 업무 수행에 포함돼 괜찮다"는 구청 직원의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일행 14명 중 고 구청장 등 11명은 식당 내 방 2곳에 마련된 4인용 테이블 6개에 나눠 앉아 약 30여분간 식사를 했다. 수행원 등 나머지 3명은 식당 홀에 따로 자리를 잡고 밥을 먹었다.
A씨는 "구청장 일행은 모두 출입자 명부를 작성했다"면서 "테이블당 3명 이하로 자리를 나눠 앉아 거리두기 수칙도 철저히 지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사 자리가 구청장의 공적 업무에 포함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에 대한 방역수칙 위반 문제가 불거졌다.
방역 당국은 전국의 모든 식당은 5인 이상의 예약을 받지 말고, 5인 이상의 일행 입장도 금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테이블 쪼개기'를 원칙적으로 제한한 것이다.
해당 수칙을 위반하면 운영자에게는 300만원 이하, 이용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
인천시는 이번 일과 관련해 경찰로부터 폐쇄회로(CC)TV 증빙 자료를 전달받았고,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를 종합해 행정 처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A씨는 10일 "식당 내 투명 가림막도 전부 설치해두고 그동안 5인 이상 손님을 절대 안 받았는데 이번 일이 문제가 됐다"며 "스트레스를 받아 왼쪽 눈에 실핏줄이 다 터진 상태"라고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은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인천에서 꽃게탕집을 운영하는 김모(27)씨는 "5인 이상 일행의 테이블 쪼개기를 제한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국 업주가 가장 많은 부담을 지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한번은 두 팀이 시간 간격을 두고 들어오길래 일행이 아닌 줄로 알았는데 음식을 먹으면서 서로 대화를 하더라"며 "그대로 내보낼 수도 없어 초조하게 식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연수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최모(62)씨는 "식사만 하러 왔다며 나눠 앉겠다는 손님들을 5명 이상이라는 이유로 돌려보내기 쉽지 않다"며 "아무도 모르게 따로 먹고 가시길 바라는 우스운 상황만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상금을 노리고 신고하는 경우가 많아 모른 척하고 손님을 받을 엄두는 아예 못 내는 현실"이라며 "자영업자들이 납득할 만한 방역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과 관련한 안전신고가 폭증하면서 포상을 노린 '코파라치' 논란이 일자 올해는 해당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