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비롯해 강대국들의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여러 신형 무기들이 언급됐지만 현재 북한의 기술력이나 국력으로 얼마나 실제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대미 협상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측면이 강해 실제 성공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사업총화 보고에서 "국방공업을 비약적으로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중핵적인 구상과 중대한 전략적 과업들을 언급"했다며 9일 이같이 보도했다.
◇'핵잠수함 개발' 공식화…미국에게 '밀리지 않겠다'로 해석돼
북한은 신포조선소에서 신형 3천톤급 잠수함을 건조 중이며 2019년 김 위원장이 이를 시찰한 적도 있다. '중형 잠수함'이란 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더해 핵잠수함도 설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핵잠수함은 기존의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원자로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선진국들의 핵잠수함들은 잠항 기간이 무제한이며, 공기와 물도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이론상 수십년간 활동할 수 있다. 실제로는 승조원들의 피로와 식량 문제 등으로 길어야 몇 달 정도가 한계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핵무기를 탑재한 핵잠수함을 SSBN이라고 부른다. SSBN은 2차 보복 능력을 골자로 하는 상호확증파괴(MAD)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한 나라가 다른 한 나라에 핵공격을 가하더라도 잠수함은 살아남아 핵보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어느 나라도 선제 핵공격을 하지 못하게 된다. 북한의 핵잠수함 개발은 이런 식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다만 문제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0일 열병식에서 등장한 '북극성-4ㅅ' 미사일은 물론이고 2019년 10월 등장한 북극성-3형 미사일조차 아직 실제 잠수함에서의 발사를 실증하지 못했다. 북극성-1형은 2016년에 실제 잠수함에서 발사했고 북극성-3형은 바지선에서 시험발사했다. 신형 SLBM은 아직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핵잠수함 기술은 북한 입장에선 처음 시도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도 분명하며, 이에 걸맞는 지휘통제 시스템 구축 등도 과제다.
SSBN이 핵무기를 가진 채 실시간 통신이 어려운 바닷속에 머무른다는 특성상, 여러 이유로 뭔가가 잘못돼 핵전쟁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등의 가능성은 이미 여러 번 영화화돼 대중들에게도 알려져 있다.
북한 체제의 특성을 생각하면 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하면서도 이를 안전하게 지휘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은 아닐지라도, 쉬운 문제 또한 아니어 보인다.
◇다탄두 개별유도와 극초음속 비행체 언급했지만 실제 가능성은 미지수
다탄두 개별유도란 탄두 안에 여러 개의 또다른 탄두를 탑재, 발사 이후 이 탄두들이 분리돼 여러 개의 표적을 따로 공격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사일 그 자체의 기술뿐만 아니라, 위성항법체계 등 고도의 정밀유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북한이 실제 개발에 성공했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평가해 왔다.
북한이 이같은 다탄두 각개 재돌입 비행체(MIRV)를 탑재했다면 탄두가 여러 개라는 특성 때문에 각개 탄두의 파괴력은 당연히 탄두를 한 개만 탑재했을 때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탄두의 파괴력을 보다 늘리는 데 집중해서,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원하는 목표를 어느 정도 타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마감 단계에서 연구 진행 중'이지만 어느 정도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극초음속이란 보통 마하 5 이상을 뜻한다. 현행 순항미사일의 경우 궤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긴 한데 제트 엔진을 사용해 비행기와 원리가 비슷하다. 때문에 탄도미사일보다 느리다.
강대국들은 속도가 빨라 요격도 어려운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도 여기에 동참하겠다는 셈이다. 다만 미국이나 러시아 등 강대국들에 필적하는 최첨단 과학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다른 견해도 있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장영근 교수는 이날 '북한은 왜 첨단무기 개발 계획을 노출했을까'라는 글에서 북한이 언급한 극초음속 무기는 강대국들의 그것이 아니라 2019~20년 여러 차례 시험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즉 KN-23의 탄두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KN-23은 종말단계에서 표적을 향해 하강하다가 수평비행을 한 뒤 갑자기 솟구치는 '풀업' 기동이 특징이다. 이 때 속도가 마하 6을 약간 넘는데 여기에 적용된다는 얘기다.
◇군사정찰위성과 무인기 언급하며 정찰 중요성 언급…경제 문제는?
그는 "각종 전자무기들, 무인타격장비들과 정찰탐지수단들, 군사정찰위성 설계를 완성한 데 대하여와 이밖에도 우리 군대를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강군으로 도약시키는 데서 거대한 의미를 가지는 국방연구성과들을 달성"했다고 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가까운 기간 내에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해 정찰정보 수집능력을 확보하며, 500km 전방종심까지 정밀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들을 비롯한 정찰수단들을 개발하기 위한 최중대 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덧붙였다다.
또 "무장장비의 지능화, 정밀화, 무인화, 고성능화, 경량화 실현을 군수산업의 중핵적인 목표로 정하고 연구개발사업을 여기에 지향시켜야 한다"며 "국방과학기술을 고도로 발전시키고, 첨단무기와 전투기술기재들을 더 많이 연구개발하여 인민군대를 재래식 구조에서 첨단화, 정예화된 군대로 비약 발전 시키는 것을 현 시기 국방과학부문 앞에 나서는 기본과업"으로 규정했다.
무인기는 이미 전례가 있다. 지난 2014년 북한이 남한으로 무인기를 날려보내 일종의 정찰 용도로 썼기 때문이다. 다만 성능이 조악하며 정찰 수단은 DSLR 카메라가 고작이라는 이유 때문에 한국 국방부조차도 군사적 가치는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이미 당시에도 미군은 미 본토에서 원격 조종하는 무인기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중동 테러조직 간부를 암살하는 등 첨단 기술력을 자랑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드론 기술이 발전하고 값이 내려가 좀더 널리 보급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는 아제르바이잔군의 무인기가 정찰을 하고 아르메니아군을 공격하는 모습이 외신에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 또한 이런 사례를 의식해 정찰 거리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무인기 자산을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영근 교수는 "글로벌 호크급의 대형 무인정찰기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런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도 난이도가 높으며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데, 현재 북한 경제 상황에서 이들 무기체계를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일부 무기체계는 아직 문서상의 계획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