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이 서울의 한 유흥주점 ○○○노래클럽을 찾아간 것은 7일 밤이었다. 집합금지 대상 업소였지만 철문 뒤에 가려진 술집의 모습은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는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업소가 홍보용 명함을 마포구의 길가에서 나눠주고 있다는 제보는 사실이었다. 취재진은 현장에서 '20명 무한 초이스 대기중, 1시간 89,000원의 마포 OOO노래클럽'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확보했다. 명함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 앞에 담배 피는 곳에 계시면 차로 금방 가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영하 15도의 맹추위 속에서 30분쯤 뒤 만난 통화 당사자는 업소의 홍보담당인 듯했다. 그는 "2시간에 16만 원이다. 1시간은 안받는다. 카드로는 18만원"이라며 "괜히 깎으려 하지말고 깔끔하게 하자"고 단호하게 나왔다.
흥정을 마치자 그는 일행의 자동차로 안내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개인명함이니, 다음에는 여기로 전화하라"며 "남들한테는 절대 알려주지 말라. 동선이 드러나니까"라고 신신당부했다.
차량 운전담당은 이동시간 약 15분 거리의 업소까지 가는 동안 '손님'과 대화에 흔쾌히 응했다. '밤 9시도 훨씬 지난 데다, 집합금지 업종인데 영업해도 괜찮은지' 묻자 "월세 찍으려고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다. 영업을 안하면 다 죽는다"며 "코로나로 죽으나, 이렇게 죽으나 뭐가 다르냐"고 한숨 섞어 답했다.
이어 "적발되면 큰일 난다.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서 가게 보안이 철저하다"며 "밖에서 짱(망)도 보고, 손님이 오면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기 때문에…"라고 강조했다. 단속 불안을 떨쳐내려는 스스로의 허세였을지, 손님에 신뢰를 심어주려는 말이었을지 의도는 불분명했다.
코로나 대확산 시국에 손님은 많을까. 운전담당은 "오늘 왔다갔다만 4번 정도 했다"고 답했다. 이어 "마포에 있는 회사들의 부장급, 간부급들이 엄청나게 많이 온다"며 "그런데 그 사람들은 업소에서 회사 직원들이나 지인을 만날까봐 두려워하더라"고 전했다.
"도착했다"는 안내와 함께 차가 멈췄다. 모 사립대학 근처라던 그곳은 깜깜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둠에 휩싸인 건물뿐이었다. 운전담당은 "불이 꺼져 있는 것 같지만, 차들이 이렇게 서 있잖나. 영업하고 있다"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 뒤 어둠 속에서 '끼이익'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니 출입담당자가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취재진은 그를 따라 화장실이 딸린 방에 들어갔다. 지하에 있어 환기가 잘 안되는지 습했다. 굳이 코로나 때문이 아니어도 마스크를 벗기가 내키지 않는 환경이었다.
서빙담당자의 요구로 술값을 업소 계좌에 입금한 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외국인 여성 종업원을 소개받았다. 서빙담당은 "이 방 말고도 다른 방에 손님들이 차 있다"며 옆방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를 상기시켰다. 외국인 여성들은 한국어가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감염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걱정 안한다"거나 "고민 없다"는 답을 내놨다.
한시간 여 필요한 취재를 마치고 취재진이 업소를 이탈한 시각은 밤 11시쯤이었다. 그때까지도 업소 내 많은 방에서는 다양한 노랫소리들이 들렸다. 이 날은 코로나 확진자가 823명 추가되고 총 확진자 수가 6만5818명에 달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