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별풍당당' 성착취…BJ 땡초 키운 공범들

아프리카TV BJ 땡초 노동착취→성착취 범행 발전
자율 규제 사각지대 속 방치·방관…뒤늦게 채널 영구 정지
전문가들 "플랫폼 한계는 핑계, 수익 감소에 규제 강화 無"
"수익 공유하면 책임도 공유해야…플랫폼도 처벌 필요"

BJ 땡초. 유튜브 캡처
'성범죄'를 키운 건 팔할이 방관이었다. 아프리카TV BJ 땡초가 지적장애 여성을 성착취하다 긴급체포되자 또 한 번 인터넷 방송 규제 문제가 대두됐다. 땡초가 전부터 이 여성을 상대로 노동 착취를 일삼아 온 정황들 때문이다.

땡초는 최근 지적장애 여성을 데리고 한 성인 인터넷 방송에서 '벗방'을 진행했다.

'벗방'은 '벗는 방송'의 줄임말로 인터넷 플랫폼 시장이 커지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해 n번방 사건 당시 이와 유사하게 조직적 성착취가 이뤄지는 '벗방' 카르텔을 다루기도 했다.

해당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이 밝힌 전말은 이렇다. 땡초는 '별풍선'(인터넷 방송 후원금)을 받으면 '벗방'을 하겠다고 공약했고, 10만원가량 후원을 받자 아프리카TV보다 규제가 약한 성인 인터넷 방송에서 '벗방'을 했다. 중간에 이 여성은 거부했으나 땡초는 강제로 방송을 이어갔다.


그가 처음부터 지적장애 여성을 데리고 이 같은 방송을 진행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전조는 곳곳에 있었다. 시청자들에 따르면 땡초는 몇 차례 아프리카TV에서 이 여성이 '여자친구'라며 개인 방송을 했다.

처음 이를 공론화 한 누리꾼은 "인지능력이 전혀 없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하루종일 짜장면 한 그릇 사주고 자기 방송으로 후원금 땡기고, 리액션은 전부 A(지적장애 여성)에게 시켰다. A는 하루종일 춤추고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말만 몇 마디 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이) A 배고프니까 밥 사주라고 하면 자기가 받을 후원금 들어오기 전까지는 절대 안 사줬다. 계속 후원금 조건을 달아서 그만큼 본인이 받고 방송을 켜주고, 수익은 100원도 나눠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인지능력이 취약한 지적장애 여성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노동 착취를 일삼았던 셈이다. 그러나 '벗방' 전에는 어떤 시청자도 이를 공론화하지 않았다. 플랫폼인 아프리카TV조차 땡초를 강력 제재하지 않았다. 자율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지적장애 여성에 대한 노동 착취는 방치를 양분 삼아 성착취로까지 발전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오히려 후원금을 보내 '벗방'을 부추겼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아프리카TV는 6일에서야 BJ 땡초 채널을 영구 정지했다. 사유는 '보편적인 사회 질서를 해치거나 도의적으로 허용 되지 않는 행위', 즉 미풍양속 위배였다.

땡초가 지적장애 여성의 거부에도 '벗방'을 이어간 경우, 이는 불법촬영·유통뿐만 아니라 장애인 성폭력에 해당한다. 취약계층을 노린 범죄이기에 장애인 성폭력은 가중처벌이 적용돼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이런 비인간적인 중범죄가 발생하기까지 막을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문제는 개인 방송을 유통하는 플랫폼도, 별풍선을 쏘는 시청자도 누구 하나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잘못은 행위 주체인 땡초에 있지만 이들 역시 보고, 즐기고, 방관한 죄를 따지면 '공범'과 다름없다. 줄곧 허술한 실상을 지적받았던 인터넷 플랫폼 '자율 규제'는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이번 사태를 두고 "더이상 음성 콘텐츠들을 자율 규제에 맡길 수 없다는 증거"라면서 "플랫폼 한계가 있고 감시가 어렵다는 것은 핑계다. 궁극적으로는 촘촘한 규제가 이뤄지면 수익이 감소되니 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도 인터넷 플랫폼 시장은 4차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원을 쓰지 않고도 수익 창출이 되니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규제를 하긴 어렵다. 기업 이익 중심의 산업 논리와 맞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 방송 콘텐츠를 모두 법적 규제망 안에 놓게 되면 이를 악용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위험성이 생긴다. 하지만 문제 영상들을 통해 수익을 공유하는 이상 플랫폼은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인다.

성공회대 최진봉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수익을 공유한다면 책임도 공유하는 게 맞다. 현재는 개인 BJ만 처벌을 받고 콘텐츠 사업자는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다. 이걸 바꿔야 한다"면서 "영상 유통 주체인 플랫폼에 대한 실질적 처벌과 불이익이 필요하다. 차단 없이 영상 유포·방치로 수익을 창출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율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시, 보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현상 너머 본질을 들여다보는 코너입니다. 발빠른 미리 보기만큼이나, 놓치고 지나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우리 시대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다시, 보기'에 담긴 쉼표의 가치를 잊지 않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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