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현대차의 시너지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업계에선 실현 여부에 주목하고 있고, 성사될 경우 현대차로선 글로벌 차원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여서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회사 간 협력 타진 소식이 8일 전해진 뒤 주식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주식 가치가 처음으로 4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 애플, 현대 측에 먼저 타진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애플카 출시를 위해 현대차그룹에 협력을 제안하고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여러 업체에 협력을 제안했고, 그중에 현대차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현대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초기 단계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혁신'의 상징인 애플이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 중 한 곳을 협력업체로 타진 중이라는 설(說)은 진작에 나왔지만, 그 대상 중 한 곳이 국내 1위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로 확인됨에 따라 향후 현실화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전장과 배터리 등을 제공하고, 현대차가 내연기관 제조에서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더하면 '전기차 대중화' 과정에서 큰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애플은 2024년까지 자율주행 승용차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여러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관련 협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지난해부터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차량 프로젝트를 가동했으나, 한동안 소프트웨어 등 다른 분야에 주력하다가 2019년부터 프로젝트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선 테슬라가 가장 앞서고 있고, 미국 내에선 포드‧GM 등이 IT 업체들과 손잡고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 등도 자체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해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이 자율주행시스템과 전장, 배터리 등을 개발하고, 글로벌 5~6위권의 완성차 생산 기반을 갖춘 현대차가 자동차 엔지니어링 기술을 공유하면 큰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현대차 역시 배터리뿐만 아니라 수소-전기차 시스템 등 기존 내연기관의 대체 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미국 스타트업인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인 모셔널을 설립하는 등 애플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 영역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더구나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실제로 차량을 출시하고 있으며, 향후 2025년까지 100만대 규모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어서 애플로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 기능도 공유할 수 있다.
당장 올해 상반기만 해도 이미 공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5가 출시 예정이고, 제네시스 G80의 전기차 버전, 기아차 CV 등 후속 모델들의 출시가 예정돼 있다.
◇ 기대감 투영, 출렁인 주가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식시장에서 현대차그룹주가 급등했다. 현대차는 전날보다 19.42% 급등한 24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18.06%), 기아차(8.41%), 현대위아(21.33%) 등의 주가도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대차의 주가 급등은 1988년 이후 최대 폭이며, 이로 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자산이 20억 달러(한화 약 2조1800억 원)가량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현대차를 비롯해 정 회장이 보유한 8개 상장 종목의 지분 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4조806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만에 3천억 원이 불었다.
정 회장은 현대차(2.62%), 기아차(1.74%), 현대글로비스(23.29%), 현대모비스(0.32%), 현대위아(1.95%), 이노션(2.00%), 현대오토에버(9.57%), 현대자동차 우선주(298주·0.0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