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발 한파 '절정'…시민들 "살면서 이런 추위 처음"

서울, 20년만에 최강 추위…체감온도 영하26도
"5~6개 껴입고 핫팩 붙여…귀가 떨어질 것 같다"
기상청 "12일까지 아침 최저기온 영하10도 이하"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경보가 내려진 8일 오전 서울 오목교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몸을 움츠리고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살면서 이런 추위 처음이에요 처음. 너무 힘들어"

'북극발' 한파가 절정에 이른 8일 서울 은평구 한 골목길에서 만난 시민 박모(69)씨는 발을 동동 구르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앞뒤로 핫팩 붙이고 주머니에도 넣고 다녔는데도 춥다"며 "옷을 위에는 6개, 밑에는 5개 막 끼어 입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털모자와 목도리, 장갑에 핫팩까지 동원해 온몸을 감쌌지만, 한기가 옷깃에 스며드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여기에 강풍까지 불자 시민들은 얼굴과 귀를 막고 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26도에 달했다.


길을 걷던 양모(17)양은 "귀가 떨어질 것 같다"며 "옷을 다섯 겹 입어서 몸은 따뜻한데, 얼굴이 너무 춥다"고 덜덜 떨며 말했다. 회사원 이모(28)씨 또한 "옷을 평소보다 더 껴입고 나오고 핫팩도 양주머니에 준비해서 나왔는데도 너무 춥다"며 "근 몇 년 만에 못 느꼈던 추위"라고 말했다.

보일러가 얼어 버린 집도 있었다. 김모(28)씨는 "연식이 좀 된 복도식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솜이랑 뽁뽁이 등으로 동파 방지를 충분히 해뒀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얼어있었다"며 "관리실에 전화를 해보니 한두 집이 그런 게 아니라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헤어드라이어로 어찌어찌 녹이긴 했는데, 얼어버린 제 손은 헤어드라이어로도 녹아지지가 않는다"며 "손가락이 고드름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북극한파'에 대비해 수도계량기 '동파 심각' 단계를 발령한 가운데 8일 서울 양천구 강서수도관리소 창고에 동파된 수도계량기들이 쌓여 있다. 황진환 기자
마스크를 두세 장씩 덧대 쓰거나 양말을 몇 겹씩 겹쳐 신은 시민들도 있었다. 안경에는 계속 김이 서려서 결국 빼서 들고 걷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만난 이모(50)씨는 방한모에 패딩 조끼, 털부츠를 껴입은 뒤 털 담요까지 동원해 몸에 두르고 있었다. 이씨는 "얇은 옷을 많이 겹쳐 입었다. 핫팩도 몸에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20년 전인 2001년 1월 15일과 똑같았다. 이는 1986년 1월 5일 기록된 영하 19.2도 이래 최근 35년간 서울의 하루 최저기온 중 공동 최저기록이다. 서울에서 가장 추웠던 때는 1931년 1월 11일(영하 22.5도)이었다.

이번 추위는 이날 절정을 찍었지만 당분간은 강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9일 아침 최저기온은 이날보다 중부지방은 2~3도 오르고 남부지방은 비슷한 분포를 보이면서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계속될 전망이다. 12일까지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에 머물고, 13~14일에는 일시적으로 평년 이상의 기온을 회복했다가 다시 추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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