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발' 한파가 절정에 이른 8일 서울 은평구 한 골목길에서 만난 시민 박모(69)씨는 발을 동동 구르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앞뒤로 핫팩 붙이고 주머니에도 넣고 다녔는데도 춥다"며 "옷을 위에는 6개, 밑에는 5개 막 끼어 입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털모자와 목도리, 장갑에 핫팩까지 동원해 온몸을 감쌌지만, 한기가 옷깃에 스며드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여기에 강풍까지 불자 시민들은 얼굴과 귀를 막고 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26도에 달했다.
길을 걷던 양모(17)양은 "귀가 떨어질 것 같다"며 "옷을 다섯 겹 입어서 몸은 따뜻한데, 얼굴이 너무 춥다"고 덜덜 떨며 말했다. 회사원 이모(28)씨 또한 "옷을 평소보다 더 껴입고 나오고 핫팩도 양주머니에 준비해서 나왔는데도 너무 춥다"며 "근 몇 년 만에 못 느꼈던 추위"라고 말했다.
보일러가 얼어 버린 집도 있었다. 김모(28)씨는 "연식이 좀 된 복도식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솜이랑 뽁뽁이 등으로 동파 방지를 충분히 해뒀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얼어있었다"며 "관리실에 전화를 해보니 한두 집이 그런 게 아니라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헤어드라이어로 어찌어찌 녹이긴 했는데, 얼어버린 제 손은 헤어드라이어로도 녹아지지가 않는다"며 "손가락이 고드름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20년 전인 2001년 1월 15일과 똑같았다. 이는 1986년 1월 5일 기록된 영하 19.2도 이래 최근 35년간 서울의 하루 최저기온 중 공동 최저기록이다. 서울에서 가장 추웠던 때는 1931년 1월 11일(영하 22.5도)이었다.
이번 추위는 이날 절정을 찍었지만 당분간은 강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9일 아침 최저기온은 이날보다 중부지방은 2~3도 오르고 남부지방은 비슷한 분포를 보이면서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계속될 전망이다. 12일까지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에 머물고, 13~14일에는 일시적으로 평년 이상의 기온을 회복했다가 다시 추워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