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지수 3000 달성의 주역인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재개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다,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3월 16일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시켰다. 이후 9월에 다시 금기 기간을 6개월 연장해 오는 3월 15일까지 공매도가 금지돼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8일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전 거래일 대비 120.50포인트, 3.97% 급등한 3152.18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장중 3161.11까지 치솟기도 했다.
2거래일 전 사상 처음으로 지수 3000선을 넘어섰고, 전날에는 종가기준으로 사상 첫 3000선에 안착한 지 하루 만에 다시 3100선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범위를 조금 넓혀보면 지난 2018년 1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2607.10)를 경신한 지난해 11월 말 이후 불과 한 달 반 만에 무려 500포인트 넘게 지수가 급등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지나치게 주가가 급등하자 일각에서는 '버블', 또는 '과열' 지적이 나오고 있고, 이 틈을 비집고 공매도 재개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주로 증권사 리서치센터 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최근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고, 이런 때일수록 공매도의 순기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공매도의 순기능이 주가에 거품을 끼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최근 전체 지수가 급등하면서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오르고 거품이 낀 종목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가 재개되면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지만 이는 기우일 뿐"이라며 "최근 호실적이 예상되는 대형주가 많이 상승했는데 이런 종목의 주가를 공매도로 끌어내리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는 거세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 재개를 결사 반대한다"면서 "개인 투자자의 힘으로 어렵게 지수 3천 선에 도달했는데 공매도가 재개되면 주가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도 이미 개인 투자자 편에서 공매도 재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매도 제도의 불공정성을 확실하게 차단하지 않으면 공매도 재개를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최근 개인 투자자들도 공매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공매도 재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계속해서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며 여론을 살피고 있다.
여기다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정부가 8백만 명에 이르는 개인 투자자들을 적으로 만들 수도 있는 공매도 재개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대주주 요건 강화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등과 관련해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는 이를 무효화 시키거나 기준을 대폭 낮추는 등 한발 물러선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