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문제 고찰·대외관계 전면확대" 김정은, 깜짝 제안 있을까

김정은 대남·대외관계 발언에 전문가 해석 분분
北 총화결정서 채택…대남 대외관계 내용도 공개예상
통일부 "'대남문제 고찰' 첫 표현, 북 추후 발표 봐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7일 노동당 제8차 대회 3일차 회의에서 사업총화보고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 대회에서 '시대 요구에 맞는 대남문제 고찰과 대외관계 전면 확대 방침'을 밝힘에 따라, 해당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7일 사흘째 사업총화보고에서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남문제를 고찰했으며,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우리 당의 총적방향과 정책적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북한은 더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지 않았고, 해당 발언 전문도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전문가들은 대남·대미 정책 방향의 긍정적 메시지로 해석하기도 했으나, 좀 더 신중히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 北 대남문제 고찰, '파격적인 제안' vs '구체적인 대남 제안 가능성 높지 않아'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 2016년 7차 당 대회 사업총화보고 중 조국통일위업 분야를 이번에 '대남문제'로 언급한 부분이 주목된다"며, "지금의 조성된 정세와 변화된 시대와 상황에 맞게 '대남' 인식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 만큼 상당히 근본적인 인식변화를 수반하는 대남전략이 나올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홍민 실장은 "기존의 원론적인 합의 이행, 또는 대화나 교류협력 제안을 넘는 '관계 재설정'이나 '파격적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면서, "당 대회 진행 과정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하지 않고 당 대회장 전면에 김일성과 김정일 사진을 걸어 놓지 않는 등 선대 수령의 후광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대남 문제는 그냥 고찰했다고 했는데, 이는 일단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며, "5년 전 7차 당 대회 때와 다른 정세 변화, 특히 국제사회의 제재,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북미 관계 교착국면의 장기화 등을 고려했을 때 구체적인 대남 제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다만 "문재인 정부가 과거 보수 정부와 달리 전단살포금지법 등 남북 합의 이행 노력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북한도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의 합의 이행 의지는 피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언급한 '조성된 정세'는 제재와 코로나, 바이든 신 행정부 출범, 미중갈등 격화 등을 의미하고, 변천된 시대적 요구는 군사 강국으로서 남측과 외부로부터 끌려다니지 않고 자주적으로 대남·대외관계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인민들의 바람을 지칭한다"며, "대남관계에서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과거 남북관계를 '북남관계 문제'로 언급한 사례들은 있었으나, '대남문제'라는 표현은 처음"이라며, "대남문제의 고찰이 어떤 의미인지는 북한의 추후 발표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지난 6일 노동당 제8차 대회 2일차 회의에서 사업총화보고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北 대외관계 전면 확대, '대미협상 여지 둘 듯' vs '대미 대남 메시지 배제 가능성'

'대외관계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키려 한다'는 북한의 정책적 입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해석이 분분했다.

홍민 실장은 "대외관계는 김 위원장이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총적방향과 정책적 입장을 천명했다고 표현함으로써 상당한 비중을 갖는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전면적 확대발전'이란 표현으로 봐서 긍정적이고 유화적인 대외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민 실장은 "미국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두는 한편, 대중, 대러 관계를 포함한 대외관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의 대외관계는 대미 관계만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 기타 우호적인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힌 것"이라며, "미국에 대해서는 조건부 입장, 즉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보유국이라는 전략적 지위를 인정하고, 신뢰와 존중의 관계로 상대한다면 대화와 협상에 적극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다만 "전면적 확대 발전이라는 표현의 강도가 이례적인 수준이어서 대미 깜짝 제안의 가능성도 열어 놓는다"며, "국제정세를 주도하는 지도자라는 대내외적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대담한 제안을 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동엽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구체적인 대남·대미 메시지나 제의가 아니라 당 규약 전문에 들어갈 정책 방향을 뜻하는 것으로 본다"며, "이번 당 대회에서는 우리 정부와 미국을 향한 구체적인 발표나 제의는 배제하고 큰 틀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구체적인 대남 대미 메시지나 발표를 한다면 이달 하순 최고인민회의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은 통상적으로 경제 등 국내 사안보다 대남·대미 등 대외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더 높은 보안등급을 적용한다"며, "2018년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노딜 사태, 대북전달살포금지법 제정,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예상 동향 등 다양한 대남·대미 현안의 성과와 문제점을 이번 총화에서 정리하고 향후 방향을 정했을 것이지만 북한 스스로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당 대회에서 사업총화보고를 마친 뒤 총화 결정서를 채택해 공개하는 절차를 밟아 왔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의 사업총화보고를 마무리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조만간 결정서 채택과 내용 공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남문제 고찰과 대외관계 전면적 확대발전 방침의 구체적인 내용도 결정서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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