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 양원의 의사당은 물론이고 하원의장실이 폭도 같은 시위대에 무참히 짓밟히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신성한 민의의 전당이 '폭도'(부시 전 대통령)들에 의해 점령당하고 최루가스가 난무하며 진압 과정에서 경찰관 한 명과 4명이 숨졌다.
폭동과 다를 바 없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거나 "극단주의자들이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중심국인 미국의 수치이자 초강대국 미국의 해가 저물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미국이 무너지기를 바라는 국가나 사람들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미국이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알렉스 드 토크빌은 "미국 민주주의가 다수당의 독선이나 독주에 아주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일찍이 설파했다.
특히 극단적인 지도자가 등장할 경우 더욱 그렇다.
미국은 양당제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국가로 초등학교에서부터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강정책을 가르친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어느 당에도 기울지 않은 중간층(스윙보터), 중간지대의 국민과 지역(주)이 균형을 잡아주는 묘미를 발휘했으나 트럼프 같은 지도자가 나올 땐 그 균형추가 제 기능을 작동할 수 없다.
2000년부터 공화·민주당이 극심하게 대립하더니 미 의사당 폭동 사태를 맞은 것이다.
일차적인 책임은 트럼프 같은 극단적 정치 지도자들에 있고, 다음으론 팬덤으로 갈린 '꼴통(빠)부대', 물질주의, 탐욕, 인간 중심 사회 등에 있다.
팬덤(패거리)을 양산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부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기욤 샬로 전 구글 엔지니어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시청 시간에 최적화되어 있다 보니 음모론이나 혐오 콘텐츠들이 추천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파했다.
뉴스·연예·오락·스포츠 등 거의 모든 영역의 콘텐츠를 장악한 유튜브는 특히 가짜뉴스 진원지이자 양산지다.
우리나라의 양 극단 진영 인사들도 비록 가짜뉴스일망정 자신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유튜브를 시청하고 글을 접한다.
유튜브 조회수 70%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 동영상이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면서 극단으로 흐르게 되고 다른 의견은 배척하는 습성이 배태된다.
태극기 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펴더라도 무조건 반대만을 일삼고, 대깨문(대가리 깨져도 문재인)은 비정상과 위선이 판을 쳐도 문재인 대통령은 옳고 공정하단다.
우리 정치에서 최초의 팬덤 비슷한 지지자 그룹이 탄생한 것은 2002년 대선 후보 선출 광주 경선 때 노빠(노무현 전 대통령 열성 팬)들로 볼 수 있지만 노빠들은 박빠나 문빠와는 달랐다.
그래서 박빠 중심의 태극기 부대와 대깨문 집단이 솔직히 두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처럼 백악관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으로 진격해 힘을 보여주라"는 지시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팬덤들도 언제라도 주군을 위해 산화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듯하다.
문화대혁명을 주도한 마오쩌뚱의 홍위병들이나 히틀러의 열혈 지지자, 나치들도 팬덤 일종이었다.
마오나 히틀러는 국내 정적 제거와 전쟁을 위해 극성적 팬덤들을 조종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팬덤이 필요하다지만 국가 발전과 민생, 국민복리에는 백해무익한 집단들이다.
차기 대권이나 서울·부산시장을 노리는 예비 후보들은 팬덤 우군을 만들기 위해 안달이다.
팬덤들이나 지지세력만을 겨냥하며 구애하는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권 역시 미국의 의사당 폭동 사태를 우리와 견주어, 위기에 처한 합리적, 이성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살려낼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가치 지향성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팩트를 침소봉대하고 왜곡하는 언론의 보도 형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양 극단의 유튜버들은 이번 기회에 개과천선해야 한다.
정치 유튜버들은 돈벌이용인지, 자신들의 신념 전파 목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언젠가 극렬한 시위, 폭동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다.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라"는 말은 히브리 민족을 구해 광야에서 40년 동안 풍찬노숙한 모세가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유언처럼 강조한 하나님의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