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불붙은 전직 대통령 사면 논의에 선을 긋기 위한 수사 선택이었지만 메시지가 모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어떻게 통합을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민통합' 일반적 수사 대신에 '마음의 통합' 언급…사면 논의 선긋기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의 통합입니다. 우리가 코로나에 맞서 기울인 노력을 서로 존중하고, 우리가 이룬 성과를 함께 인정하고 자부하며 더 큰 발전의 계기로 삼을 때 우리 사회는 더욱 통합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날 메시지를 자세히 뜯어보면 정치권에서 일반적 수사로 통하는 '국민 통합'은 의도적으로 빠져 있었다. 대신 문 대통령은 '마음 통합'이라는 단어를 택하면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의 연대감 등 정서적인 부분에 방점을 찍었다.
현재 국민 통합의 일환으로 사면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면 논의에 선을 긋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국민 통합을 대체할만한 수사를 찾기 위해 상당한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대통령이 신년메시지에 '통합'을 화두로 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며 "사면을 시사한 것으로 보도들이 나오는 것은 잘못 본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차단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마음의 통합'이 '국민 통합'보다 더욱 모호하다는데 있다.
흔히 정치권에서 '국민 통합'은 정치적 이념과 지향점이 다르더라도 대승적 양보와 포용을 통해 외연을 넓힌다는 뜻으로 통했다. 이는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사면이나 개각 등의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마음의 통합을 정서적으로 접근했을 뿐, 대통령으로서 이를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계획이 빠져 다소 추상적인 의미에 그쳤다.
한 여권 관계자는 "사면에 대한 과한 해석을 피하려다보니 나온 표현으로 보인다"며 "통합을 어떻게 담겠다는 비전이 함께 제시됐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통합은 권력을 쥔 쪽이 상대에 '양보'하는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문 대통령의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며 "문 대통령이 어떻게 통합을 실천할 것인지는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바로 나올 수 있는 답이 아니라면, 인사·개각을 통해 통합을 구현하거나, 야당과의 소통창구 마련, 양극화 문제에 대한 경제 정책 구상 등 통합을 실천하는 보다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개각을 앞둔 시점에서 협치 개각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주는 것도 현재로서는 유효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