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을 상대로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세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같은 아이에게 있었음에도 경찰의 초동 대처가 실패한 점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정인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16개월 여아가 사망한 사건이다. 경찰은 세 차례 의심신고를 받고도 양부모에 대해 무혐의 종결 처리해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 청장은 "어린 생명의 안타까운 죽음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학대전담경찰관(APO·Anti-abuse Police Officer)의 개선을 약속했다.
김 청장은 "현재 APO시스템에서는 신고자 기준으로 관리가 되는데 앞으로는 피해자 기준으로 되도록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기준으로 관리해 중복 신고에 발빠르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아동의 즉시 분리를 위해 의료 소견을 바로 판단할 전문 인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세번째 출동 때에도 APO 담당수사관, 아동보호기관 인력 등 6명이나 가서 면밀히 보고 회의까지 했는데도 결국 (분리하지 않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학대 위험성과 분리를 누가 판단할지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별 병원의 의학적 진단에 의존해서 경찰이 결정하게 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경찰서 상황실에 의료진을 배치해 24시간 진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건 어떠냐"고 했다.
이에 김 청장은 "다양한 국가의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외국같은 경우엔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아동과 보호자를 분리시킨 후 전문가 진단을 받고 심층분석을 한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신고 이력 조회, 학대 우려 가정 여부 확인만 있었어도 이런 사건은 안 생기는 게 아니냐"며 "현장에서 손에 잡힐 수 있는 구체적 사례 위주로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선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권이 확대됐는데도 경찰이 '정인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스스로 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질책도 나왔다.
서 의원은 "검찰의 족쇄에서 벗어나서 경찰이 어엿한 수사권의 주체로서 활동해야할 시기에 오히려 스스로 검찰 족쇄에 가두어버리는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도 "국가권력기관 개혁이 시민생활 안전으로 귀결돼야 하는데, 이처럼 불안감을 조성하게 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