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정부가 발표했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공공의료 강화 방안에 반발한 전국의 의대생들은 시험을 거부했다.
이후 재응시 기회는 없음을 고수해온 정부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맞서 당장 의료 인력이 부족할 것을 우려해 입장을 선회했다.
통상 국시 실기는 매년 하반기 치러지지만, 2021년도 86회 국시 실기는 상·하반기 두 번 나눠서 시험이 진행된다. 복지부는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해 △공공의료 강화 △필수의료분야 의료인력 확충 △취약지 의료공백 방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를 두고 옹호하는 시선과 비판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인력 공백을 최소화해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인료정책과 김동경 사무관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 건강이 먼저다, 의대생들의 구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초 인원 3200명과 응시취소자 2700여 명을 합해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기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운영 부담에 대한 고충 또한 털어놨다. 그는 "상·하반기 나눠서 보지 않는다면 시험기간 장기화로 인해 행정적인 어려움도 상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시험 응시한 의대생들은 이달 7~8일에 필기시험이 있는데 합격하게 되면 올해 2월 초 자격을 취득한다. 올해 상반기 시험을 보는 의대생들은 2월말쯤 자격을 취득하게 되기 때문에 이들을 따로 분리해서 인턴을 모집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인턴 정원을 비수도권 40%·공공병원 27%에서 비수도권 50%·공공병원 32%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 이를 계기로 의료 편중 현상과 공백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것이란 게 당국의 기대이다.
◇"수능 기회 또 주는 것과 마찬가지…국시거부 근본적 대책 '쏙' 빠져"
하지만 의대생 구제 방안으로 국시 재응시라는 면죄부를 줘선 안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전국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 정책실장 정재수 실장은 "정부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재허용은 충격을 금할 수 없는 정책" 이라며 "수능을 거부한 학생에게 또다시 시험의 기회를 주는 것과 뭐가 다른가? 본인들 스스로 의사 국가고시 거부에 대해 정부가 다시 재허용하게 한 것은 '구제'의 목적이며 '차별'이다"라고 분노했다.
이어 "정부가 코로나19로 생긴 의료 공백을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정확한 진단과 지원에 대한 해법도 없는 상태"라며 "의료 취약과 공백을 수련하는 의사들만이 모두 메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현재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는 박모씨는 "의사들 사이에서는 재응시는 불공평하다는 강경 의견도 존재하지만 국시를 보지 않게 되면 병원시스템 운영 및 차후의료인(공중보건의사 등) 배출이 꼬이는 문제 또한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이보라 공동대표는 "아직 협회 안에서는 여러 의견이 많아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