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손 곱아드는 맹추위 속, '막다른 길' 준호씨는 어디로?

엄마와 단둘이 나선 산책…사라진 아들
막다른 산책길, 길 잃은 아들은 어디에?
한파 경보 '강추위'에 비난까지 겹쳐
한해 발달장애인 실종 8천건↑…초기대응 중요

'내일부터는 (아들이) 자유로를 건너 이동했을 것으로 보이는 능곡과 토당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찾아보겠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김포대교 아래에서 아들 장준호(21세)씨를 잃은 어머니 A씨는 백방으로 아들의 행적을 찾아 헤매고 있다. A씨는 6일 저녁 기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김포대교를 벗어난 자유로 너머를 수색지로 꼽았다. 실종된 아들의 이동 경로 가능성 가운데, 가장 확률이 낮은 곳이다.

그처럼 자유로를 건넜다면 목격자 제보가 있었을 텐데 아직 아무런 연락도 없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신고도 없었다. 하지만 A씨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차량 이동이 줄면서 밤 10시만 넘어도 충분히 자유로를 건널 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희박한 가능성마저 샅샅이 확인해보려 했다.

지난 5일에는 풍수지리 전문가 조언에 따라 실종 지점에서 10km 이상 떨어진 고양시 일산서구 법곳동 일대도 찾아봤지만 허사였다. 아들이 실종된 지 11일째인 7일, A씨는 한파 경보가 내려진 강추위 속에서도 여전히 현수막과 전단을 붙이며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와 단둘이 나선 산책…사라진 아들

A씨와 아들 장씨는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경기 고양시 평화누리길 행주산성 인근에 있는 고양시 인재개발원에 차를 세워두고 산책을 시작했다. 산책길은 행주대교를 지나 김포대교에 이르기까지 이뤄졌다. 김포대교로 이어지는 산책길은 한강이 흘러 경관이 좋고 탁 트인 곳이면서 포장도 잘 돼 있다. A씨는 아들이 마스크를 내려도 상관 없는,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주지 않을 장소로 제격이라고 봤다.

오랜만에 나와 기분이 좋았던 아들은 앞서갔고 A씨는 뒤를 따르던 중에 거리가 벌어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산책길 끝, 김포대교 아래 부근까지 도달한 아들이 산책길 끝에 있는 도랑 아래로 뛰어내려 숨었다가 덤불 쪽으로 오르려 한 것이다.

어머니 A씨는 예상하지 못한 아들의 행동에 자극하지 않으려고 '집에 간다'고 말하며 뒤돌아 산책길을 나왔지만, 아들은 따라오지 않았다. 평소 집에 간다면 따라나선 아들이지만, 그날은 달랐다.

A씨는 "(아들은) 누가 자기를 잡는다고 생각하면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도망을 간다"며 "그런 특성을 알기에 더 쫓아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집에 간다'고 말하면서 산책길을 천천히 되돌아 나왔다"고 설명했다.

실종 당일 오후 4시 30분 마지막 아들의 모습을 놓친 A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오후 6시부터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 이후 수색은 경찰은 물론, 소방구조대 관계자, 군, 민간 자원 봉사자들까지 합세해 이뤄지고 있다.

◇막다른 산책길, 길 잃은 아들은 어디에?

그래픽=김성기 기자
아들 장씨가 이동했을 여러 경우를 살펴보면 우선 철책을 넘어 곧바로 갔을 가능성이 있다. 발달 장애인은 길을 잃을 때 무조건 앞을 향하는 '직진 본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장씨 앞은 철책이 놓여져 있고 이를 넘기 위해서는 한강 물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물을 무서워하는 장씨가 이 방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수색 당국은 이 때문에 김포대교 아래 산책길을 가로막은 철책을 따라 한강 반대편으로 향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한강 반대편으로 이동하면 만나는 자전거도로에서도 장씨의 행적을 찾는 데 실패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가 사라진 28일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정오까지 CCTV를 확인해 봤지만, 아들 준호씨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확인 시간을 넓혀서 CCTV를 추가로 살펴보는 중이다.

이 외에 혹시나 강에 빠져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 길을 잃고 헤매다 다른 우회로를 이용해 산책을 시작했던 부근으로 되돌아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수색 당국은 이를 뒷받침할 정황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수색에 함께 참여한 취재진이 사흘 동안 인근 지역을 다니면서 장씨의 행적을 수소문해 봤지만, 그를 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파 경보 '강추위'에 비난까지 겹쳐

6일 저녁부터는 한파경보가 발령됐다. 장씨가 사라진 28일 이후 강한 바람을 동반한 영하권의 강추위가 계속 이어졌는데 폭설까지 더해지면서 수색 환경은 더욱 어려워졌다.

현장을 다닌 취재진 역시 몸속을 파고드는 한기 속에 손가락을 펴 몇 글자 적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강한 추위를 견디는 것도 힘들지만 수색팀을 더욱 기운 빠지게 하는 것은 아무리 주변을 살펴봐도 장씨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어머니 A씨를 향한 막무가내식 비난과 장난전화도 상황을 우울하게 한다.

실종 초기 A씨는 전단지에 직접 번호를 공개했는데 기다린 제보 대신 '충격받지 마라, 내가 준호 아는데 납치되는 거 봤다', '똑같이 생긴 애가 술먹고 욕하고 난동부렸다 어떻게 할 거냐'라는 등의 장난전화가 이어졌다. 또 추운 날씨에 제대로 보살피지도 않고 산책에 나섰냐는 비난도 가세했다.

실종 열흘이 된 장준호씨의 어머니가 기자와 만나 목격자들의 제보를 호소하고 있다.
A씨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계시지만, 정확한 정황도 모르고 사정도 모르고, 아이의 특성도 모르면서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도 너무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찾을 수 있는 데까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혹여나 신고하는 방법을 몰라서 아이를 보호하고 있거나 데리고 있는 분은 신고해 달라"면서 "방송 이후 그냥 아무 곳이나 아들을 방치할까 걱정된다. 꼭 연락당부했다"고 거듭 호소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한해 평균 발달장애인 실종 8천여 건…초기 대응 중요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 한해 평균 발달장애인 실종 신고 접수 건수는 8천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실에 따르면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실종 신고' 접수 건수는 2016년 8542건, 2017년 8525건, 2018년 8881건, 2019년 8360건이다. 지난해는 9월 기준 5507건으로 확인됐다.

이후 미발견으로 남은 건수는 2016년 4건, 2017년 5건, 2018년 10건, 2019년 24건, 지난해 34건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대부분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만, 일부는 미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수색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실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수색에 참여한 민간 실종자 수색드론 봉사단장 권희춘 박사는 "실종자가 발생하면 초기 골든타임이 무척 중요하다"며 "3시간 안에 현장에 출동해서 수색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수풀이 우거진 지역 같은 경우에는 바로 투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에 실종 지점을 광범위하게 수색해 미세한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장애인 실종 상황이 벌어졌을 때 체계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미연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은 "실종 뒤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면 CCTV를 확인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 협조 요청을 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있어 골든타임을 놓치기 십상"이라면서 "경찰과 지자체가 잘 협업하거나, 광역 차원의 센터에 컨트롤타워 역할이 맡겨져 초동 대처가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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