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틸리 감독의 흥분, 대한항공 시즌 첫 3연패로 떠밀다

지난 6일 현대캐피탈과 홈 경기에서 대한항공 장광균 코치(왼쪽 네 번째)가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이번 시즌 처음으로 3연패 수렁에 빠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림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현대캐피탈과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 대 3(25-27, 25-20, 25-23, 25-27, 12-15)으로 패했다.

대한항공은 임동혁이 블로킹 2개, 서브 득점 2개 등 32득점으로 맹활약했지고 정지석(26득점)과 곽승석(12득점)이 공격에 힘을 보탰다. 5세트 내내 접전이 펼쳐졌지만 막판 뒷심이 부족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경기였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과 상대 전적에서 3전 전승으로 앞섰지만 결정적인 순간 팀을 지휘할 감독이 없었다. 대한항공은 4세트 매치 포인트까지 만들었지만 듀스 끝에 역전 당했고 결국 5세트에 힘없이 무너졌다.

이날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은 관중석에 있었다. 임시 지휘봉을 잡은 장광균 코치가 산틸리 감독을 대신해 코트에서 선수들을 지휘했다.

코트 밖에서 경기를 지켜본 산틸리 감독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VIP 관중석인 스카이박스에 있었다. 산틸리 감독은 팀의 첫 3연패가 확정된 후에야 코트로 내려왔다. 코치진과 인사를 나눈 산틸리 감독은 미소 없이 경기장을 나섰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지난 달 31일 한국전력전도 비슷했다. 한 세트씩 주고받은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은 3세트에 혈투를 펼쳤다.

분위기를 뒤집은 것은 산틸리 감독의 항의였다. 산틸리 감독은 1점 차로 앞서던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 후 계속된 항의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상대에게 1점을 주는 레드카드로 경기는 15-15 동점이 됐다.

산틸리 감독의 항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24-24 듀스 상황에서 주심에게 항의하다 세트 퇴장까지 당했다. 대한항공은 48분간의 승부 끝에 30-32로 한국전력에 3세트를 내줬다. 대한항공은 4세트 승리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지만 분위기가 올라온 한국전력을 막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산틸리 감독은 한국전력전 후 1경기 출장정지 및 30만 원의 징계금 제재를 받았고 지난 6일 관중석에서 팀의 3연패를 지켜봤다.

지난 31일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거칠게 항의하는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감독의 항의는 경기 전략 중 하나로 꼭 필요한 순간이 있다. 적절한 순간에 나온 감독의 항의는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어디까지나 감독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전술이다.

산틸리 감독의 항의는 그러지 못했다. 감정을 다스리지 않았고 오히려 선수들보다 더 흥분했다. V-리그 로컬룰에 대한 불만도 강하게 드러냈다. 흥분의 대가는 팀의 첫 3연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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