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은 정부 돈도 여당 돈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돈은 더욱 아니다.
국민 돈이다. 국민들이 제각각 낸 세금으로 조성된다.
정부 예산은 그래서 정부여당 임의대로 써서는 안되는 것이다.
3차 재난지원금이 아직 지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재난지원금을 거론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4차 재난지원금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특히, 시기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4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경우 4.7 보궐선거를 바로 앞둔 3월쯤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오비이락'이라거나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순수한 재정집행이라고 둘러대기에는 미묘한 시기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지난 4일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거론하고 정세균 총리가 거들고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국회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전국민 지급을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나라곳간을 계속 선거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오는 11일부터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 580만 명에게 지급되는 3차 지원금은 9조원이다.
지난해 총선 무렵 지급된 첫 번째 전국민 재난지원금 이후 모두 3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이번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15조원이 또 지급되면 무려 46조원의 재난지원금이 뿌려지는 것이다.
2021년 정부예산안은 역대 최대인 558조원이지만 예비비 대부분이 3차 재난지원금으로 사용돼 추가 재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660조원인 국가채무는 956조원으로 늘었고 또 다시 전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1천조원 시대도 멀지 않았다.
전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피해가 큰 업종에 별로 도움이 안됐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도 있다.
이제는 정말 냉철해질 때가 됐다. 국민들을 납득시키는 일부터 선행되야 한다.
국민들에게 인기있다는 이유로 정부 예산을 무작정 퍼주기식으로 뿌려댈 때가 아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검토했던 소득하위 70%나 이에 준하는 정도의 선별 지급 방식이 되야 한다.
소수 상위 부자들에게까지 또 다시 100만원씩을 뿌리는 일은 납득하기 어렵다.
4.7 보궐선거를 석달 남긴 지금 민심은 녹록치 않다.
코로나 재확산과 추윤갈등,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30%선을 위협하고 여당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은 30%대로 폭락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할 카드가 국민 돈으로 생색내기라면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쏟아져도 할 말이 없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는 정책은 제발 그만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