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지만 산재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책임을 확실히 하자는 애초 입법 방향과는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은 협의가 급물살을 탈 경우 오는 8일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반발하고 있다.
◇'2년 이상 징역' → '1년 이상 징역' 가닥…법인 '양벌 하한선'은 아예 없애기로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는 5일 오후 중대재해법 조문을 하나씩 다시 따졌다. 무엇을 '중대재해'로 볼지 개념을 정의하다 회의를 끝내고 엿새 만에 다시 만난 자리였다.
협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일단 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가닥히 잡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기존 법안에서 '2년 이상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규정했던 것과 비교해도 처벌 수위가 낮다.
소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취재진에 "형의 하한은 낮췄지만 임의적 경과(징역, 벌금형을 함께 선고)를 가능하게 해 억울한 케이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러나 피해자 보호를 두텁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망자 발생에 따른 기업 법인 처벌 조항, 즉 '양벌 규정' 하한선을 없앴다. 기존 법안에선 최소 벌금이 1억원이었는데 더 가벼운 처분을 내릴 여지를 남긴 것이다.
대신 상한선을 기존 '20억원 이하'에서 '50억원 이하'로 크게 높였다. 처벌 수위에 대한 재판부 재량을 늘려 개별 사건 특성에 맞춰 판단할 수 있게 열어주자는 취지다.
정의당은 반발했다. 회의장 앞에 대기하던 류호정 의원은 "기업이 치러야 할 대가가 크고 치명적일수록 사고 예방 효과가 클 텐데 하한선이 없다는 게 법 취지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진교 의원도 "양벌 규정을 이렇게 고칠 경우 중대재해법 핵심 중 하나인 '대기업 책임 묻기'는 상당히 약화됐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추가 논의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경영책임자 양형에 하한이 있는데 법인에 대한 양벌에 하한이 없다는 건 대기업 봐주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며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남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아예 법안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어 "법의 일반 원리에 반해 '이게 법이야?'라는 비난과 조롱을 받고 있다"며 "근본적 문제는 눈 감고 법리에도 현실에도 맞지 않는 이 법을 막무가내식으로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자는 여당의 태도는 참으로 못난 짓"이라고 했다.
여야는 오는 8일 본회의에서 법을 통과하는 일정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다중이용시설 등 처벌 대상과 범위, 인과관계 추정 조항 등에서 이견이 여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