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5성 호텔 '르 그랑 오텔'을 운영하는 백만장자 재클린 베이락(80) 납치 사건에 연루됐던 피의자 13명이 4일(현지시간) 알프마리팀 중죄 법원에 섰다.
검찰은 주범으로 성공을 꿈꾸며 2000년 프랑스 리비에라로 넘어온 이탈리아 피에몬테 출신의 주세페 세레나(67)를 지목했다.
한때 니스에서 잘나가는 식당을 운영·관리했던 세레나는 2016년 10월 24일 정오 무렵 베이락을 니스의 자택 앞에서 납치하도록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2013년 12월 9일 오후 6시께 귀가하던 베이락을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도 세레나가 계획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세레나가 다른 레스토랑을 매입할 돈이 필요해 베이락을 납치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지난 4년 동안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온 세레나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일간 르파리지앵, 주간 르푸앙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세레나와 베이락의 악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레나의 요리에 푹 빠졌던 베이락은 그에게 니스항이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 '라 레제르브' 운영을 맡겼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2007년 재개장한 레스토랑은 초반에 손님을 끌어모으는 듯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시들해져 재정난에 빠졌고 미슐랭 1스타도 잃었다.
베이락은 결국 2009년 그를 해고하고 소송전으로도 비화했다. 직장도, 돈도 잃은 세레나는 이때부터 베이락에게 앙심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2013년 납치 계획에도 가담한 전직 영국 군인 필립 더튼(52)은 베이락의 몸값으로 500만유로(약 66억원)를 요구하고 그중 절반을 세레나가 가져갈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
보스니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복무한 특수부대 출신의 더튼은 세레나가 자신에게 먼저 범행을 제안했고, 돈에 눈이 멀어 세레나의 손을 잡았다고 인정했다.
세레나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더튼은 세레나가 몇 달 동안 베이락이 자신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며 이를 갈아왔다고 밝혔다.
더튼은 세레나의 오랜 친구 엔리코 폰타넬라의 룸메이트였다. 폰타넬라도 미수에 그친 첫 번째 범행에는 가담했지만, 건강이 나빠져 두 번째 범행에는 함께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니스에서 파파라치로 제법 이름을 날렸던 사립 탐정 뤽 구르솔라(50)가 베이락의 차에 위치추적기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튀니지 출신 청년 3명, 체첸 출신 청년 3명 등도 각각 이번 납치 사건과 납치 미수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베이락은 2013년 처음 납치당할 뻔했을 때는 발버둥 치고 비명을 질러 풀려날 수 있었으나 2016년에는 대낮에 그럴 틈도 없이 끌려갔다.
DNA 흔적은 물론 목격자 진술도 확보하지 못했던 2013년과 달리 2016년에는 용의자들의 인상착의와 자동차 번호판을 기억한 목격자가 있었다.
범행 2시간 후 납치범들은 베이락의 휴대전화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했으나 구체적인 금액은 제시하지 않았고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납치범들은 금액을 적시한 문자를 아들에게 보내려고 했으나 기술적 문제로 전송에 실패한 것으로 추후 조사됐다.
베이락은 48시간 뒤 니스의 한적한 동네에 방치된 차 안에서 눈과 입은 가려져 있고, 손과 발은 묶인 채로 발견됐다.
이틀 동안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차를 이상하게 여긴 행인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베이락이 구조를 요청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베이락은 붙잡혀있는 동안 수면제를 먹도록 강요받았고, 화장실에도 갈 수 없었다고 한다.
2002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유산으로 남긴 호텔을 물려받으며 막대한 부를 손에 쥔 베이락의 말년은 이처럼 순탄치 못했다.
이번 재판은 1월 29일까지 열리며 베이락은 이달 7일 열리는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