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려 속 첫 도전, 완성도 있는 무대로 가능성 확인한 빅히트
빅히트는 지난해 11월 초 합동 콘서트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2021 NEW YEAR'S EVE LIVE) 개최 소식을 알렸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지금처럼 900~1천 명대로 나오는 시기가 아니어서 당시에는 온·오프라인 공연으로 계획됐다.
빅히트 소속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이현과 빅히트가 인수한 쏘스뮤직의 여자친구, 플레디스의 뉴이스트와 범주, CJ ENM과의 합작법인 빌리프랩의 신인 보이그룹 엔하이픈이 출연하는 첫 번째 합동 콘서트였다. 연말 일정 때문에 불참하는 세븐틴을 빼고는 빅히트 레이블 소속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것이어서 관심이 높았다.
무엇보다 빅히트가 소속 가수들을 아우르는 합동 콘서트를 주최한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초반 팬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차라리 가수별로 온라인 단독 콘서트를 하는 게 낫다는 이유였다. 빅히트가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을 해 여러 소속사가 한 지붕 아래 있긴 하지만, '한 회사 내 패밀리십'을 바탕으로 하는 합동 콘서트를 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온라인상에서는 보이콧 움직임도 일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뉴 이어스 라이브'는 우려 속에 시작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무대가 기대 이상이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7인조 보이그룹 엔하이픈이 탄생한 엠넷 아이돌 서바이벌 '아이랜드' 출신 한빈의 프리 무대를 시작으로 엔하이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범주, 이현, 여자친구, 뉴이스트, 방탄소년단 순으로 최근 활동곡과 대표곡을 불렀다.
'2021 뉴 이어스 라이브'는 '콘서트'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살리기 위해 공들였다는 느낌이 강했다. 라이브 질감이 비교적 생생해 듣는 즐거움이 충족됐고, 일부 무대는 밴드 라이브로 진행됐다. 넓은 공연 장소를 십분 활용해 다채로운 분위기의 세트를 써 볼거리도 놓치지 않았다. 가수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곡 콘셉트에 맞는 무대 환경과 의상을 여러 가지 준비했고, 중간 영상도 만듦새가 좋았다. AR(증강현실), XR(확장현실) 등의 최첨단 기술이 동원됐고, 협업곡을 부를 땐 스티브 아오키, 라우브, 할시가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공연 전부터 빅히트 레이블과 이렇다 할 접점이 없는데 왜 세트 리스트에 포함됐는지 의아함과 불만이 제기됐던 고(故) 신해철 헌정 무대 역시 호평이 뒤따랐다. 국악인이 가창에 참여하고, 풍물패와 북청사자놀음이 등장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한국의 멋을 강조한 연출이 눈에 띄었다. 대형 화면에 나타난 신해철 홀로그램도 준수하게 구현돼 몰입감을 높였다.
이번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는 '연결'이라는 큰 주제 아래 진행됐다. '위; 커넥트'(WE; CONNECT)·'리; 커넥트'(RE; CONNECT)·'뉴; 커넥트'(NEW; CONNECT)·'커넥트 투 2021'(CONNECT TO 2021)까지 총 4개 세션으로 구성됐는데, '연결'이라는 주제가 공연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으로 작용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비싼 티켓값을 하향 조정(3만 9500원~5만 9500원)하고, 동해 온 시간이 더 긴 출연진에게 유대나 관계성을 강조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 등 비판 여론을 반영해 공연을 꾸민 것은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그렇다면 과연 레이블 합동 콘서트라는 형식을 왜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현과 범주에게 주어진 공연 시간이 다른 팀보다 아주 짧다는 것도 지적할 만한 부분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빅히트 레이블 콘서트 바로 다음 날이자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오후 1시 'SM타운 라이브-컬처 휴머니티'(SMTOWN LIVE-Culture Humanity)를 열었다. 개최 나흘 전 공지된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무료'이며, 유튜브·트위터·페이스북·틱톡·네이버 브이라이브 등 다양한 채널에서 중계됐다는 점이다. 덕분에 186개국 3583만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는 본 공연 시작 전 영상에 등장해 "음악은 장벽이 없다. 언어 없이 우리가 소통할 수 있고 서로에게, 또 각자에게 큰 위로와 치유가 되기도 한다. SM과 저는 그런 음악을 선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며 "오늘 이 무료 콘서트는 지금 함께하고 있는 SM 팬들의 휴머니티를 축복하고 자축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강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태연, 샤이니 태민, 엑소 백현-카이, 레드벨벳, NCT(NCT 127·NCT 드림·웨이션브이·NCT U), 슈퍼엠, 에스파, DJ 레이든-임레이-긴조 등이 출연해 총 39곡의 무대를 선사했다. 이처럼 화려한 라인업으로 4시간이나 하는 공연이었기에 관람한 팬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08년부터 소속 가수들이 단체로 여는 합동 콘서트를 'SM타운 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열었다. 서울뿐 아니라 뉴욕, 도쿄, 두바이, 방콕, 베이징, 상하이, 싱가포르, 오사카, 파리, LA 등 여러 도시에서 진행했다. 그간 'SM타운 라이브'는 컴백을 앞둔 가수들의 신곡이 최초 공개(태민 '괴도', 레드벨벳 '빨간 맛' 등)되거나, 신선한 조합의 특별 무대(걸스데이 '썸씽' 커버 등)가 마련되는 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DJ들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었다. DJ 긴조의 '더 라이엇'(The Riot)에서는 웨이션브이의 텐과 샤오쥔이, DJ 임레이의 '아스테로이드'(Asteroid)에서는 웨이션브이의 양양이, DJ 레이든의 '유어스'(Yours) 때는 에스파 윈터가 무대에 함께했다. 특히 오후 4시쯤 시작된 디제잉 시간은 공연이 끝났다는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에스파 '블랙맘바'(Black Mamba), NCT 127 '영웅'(英雄; Kick It), 레드벨벳 '짐살라빔'(Zimzalabim), 태연 '아이'(I), NCT U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 엑소 '옵세션'(Obsession), NCT 드림 '라이딩'(Ridin') 등 소속 가수들의 곡을 EDM 버전으로 색다르게 리믹스해 즐거움을 선사했다.
빅히트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와 마찬가지로 SM 역시 '컬처 휴머니티'라는 큰 주제로 공연을 진행했으나 슬로건은 사실상 없어도 무방할 정도였다. 또, 빅히트 레이블 콘서트가 한 가수(팀) 무대가 계속됐고 순서가 연차 역순이어서 예상 가능했던 것과 달리, SM타운 라이브 무대 순서는 이렇다 할 기준이 없었다. 카이, 태민, 강타, 백현처럼 준비한 곡을 쭉 이어 부르는 경우도 있었고, 아닌 경우도 있었다. 콘서트의 백미인 '라이브감'이 덜했다는 것도 아쉽다.
'돈 내고 봐도 아깝지 않다'라며 전체적인 완성도를 칭찬하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동시에 SM이 네이버와 손잡고 야심 차게 진행한 유료 온라인 콘서트 브랜드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보다 이번 'SM타운 라이브'가 나았다는 반응 역시 만만치 않게 나왔다. 3만 3천 원 혹은 4만 4천 원 공연보다 '무료' 공연이 나았다는 뼈 있는 감상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