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열 감독의 진심, KB손해보험 선수들을 춤추게 했다

KB손해보험 이상열 감독(왼쪽 세 번째)과 선수들. 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랭킹 1위는 KB손해보험이다.

KB손해보험은 지난달 30일 의정부 홈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 대 0으로 격파하고 승점 38점(13승6패)으로 선두를 탈환했다. 이어 대한항공(13승6패·승점 37점)과 OK금융그룹(13승6패·승점35점)이 KB손해보험을 뒤쫓고 있다.

선두 자리가 낯설지 않다.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 개막 후 5연승으로 이미 1위를 경험했다. 1·2라운드 2위, 3라운드 3위 후 4라운드 1위인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다.

정규우승 0회, 챔프우승 0회. '언더독' KB손해보험이 이번 시즌 선두권에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최근 10년간 KB손해보험은 정규리그 최종 성적에서 3위까지 올라온 적이 없다. 대부분 6위에 머물렀던 KB손해보험은 늘 하위권이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2019년 10월 19일부터 11월 30일까지 무려 12연패로 팀 최다 연패 기록을 세우는 수모까지 겪었다.


2020-2021시즌 KB손해보험이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 선수 케이타의 활약이 크다. 이번 시즌 합류한 케이타는 682득점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 2위 한국전력 러셀(491득점)과 약 200점 차다. 과장된 표현을 하면 케이타가 남자부 리그를 집어삼키고 있는 셈.

선수단 분위기도 좋다. KB손해보험 선수들은 최근 취재진 인터뷰에서 가장 미소가 많다. 자신들도 지금의 성적이 믿기지 않는다는 KB손해보험 선수들은 어느 시즌 때보다 즐거운 표정이다.

경기 중 선수들을 격려하는 KB손해보험 이상열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팀의 최근 분위기에 대해 선수들은 케이타의 활약 말고 또 하나 뽑는 것이 있다. 바로 팀의 사령탑인 이상열 감독이다. 지난 시즌 이후 권순찬 감독 후임으로 사령탑을 맡은 이 감독은 감독 부임 첫해 놀라운 기록을 써 내려 가는 중이다. 리그 1위가 그의 성적을 확실하게 말해준다.

지난 30일 우리카드전 승리 후 정동근은 이 감독에 대해 "먼저 솔선수범하고 팀이 잘 되길 바란다"면서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하는 만큼 선수들도 배구로, 실력으로 보답해야겠다고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며 "선수도 똘똘 뭉쳐서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케이타도 "감독님이 저를 존중해주고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면서 "이 감독님과 확실히 잘 맞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리더십은 연패 때 더 빛났다. KB손해보험은 지난달 8일 우리카드전부터 17일 삼성화재전까지 이번 시즌 첫 3연패를 겪었다.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에 연패를 탈출할 뾰족한 해법이 없었다.

그때 이 감독이 선택한 것은 계곡물 입수였다. 이 감독은 팀이 첫 2연패에 빠지는 것에 책임을 지고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위해 차가운 계곡물 입수를 언급했다. 실제 이감독은 지난달 13일 실제 차가운 계곡물에 몸을 넣고 선수을 격려했다. 3연패가 되자 함께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저녁을 먹지 않는 체중감량 공약까지 내세웠다.

2020년 12월 13일 KB손해보험 공식 유튜브에 공개된 이상열 감독의 계곡물 입수 장면. KB손해보험 유튜브 캡처

보여주기식 행동일 수 있지만 이 감독은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그는 3연패에서 만난 22일 한국전력전에 앞서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작년에 1등을 해 본 적이 없다"면서 "잘 한 것을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연패에 빠졌을수록 선수들을 칭찬, 격려해야 하고 그런 선수들을 위해 자신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KB손해보험은 한국전력을 세트 스코어 3 대 0으로 완파하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어 OK금융그룹과 우리카드까지 잡고 3연승 행진으로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이 감독은 그는 1위 탈환 후 새해 소망에 대해 "선수들이 계속 신나게, 즐겁게 플레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팀 분위기를 좋게 하고,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배구가 신나야 능률이 오른다"면서 자신이 선수들을 기쁘게 하는 역할을 맡겠다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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