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 입당에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야권에선 단일화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당초 경선준비위원회에서 마련한 경선 시작일을 오는 8일에서 이달 말쯤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후보 단일화'엔 공감했지만…접점 못 찾는 野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공관위원장 등은 '입당 후 경선'이 원칙이라며 안 대표를 압박 중이다. 이에 안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지지자, 합리적인 개혁을 바라는 진보 성향의 분들이 흩어지지 않고 모두 지지할 수 있게 할 것인지 그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입당엔 거리를 두며 힘겨루기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안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 간 평행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안 대표에게 입당 후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100% 시민범야권 통합경선'을 제안했다. 그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안 후보가 들어오든지, 아니면 우리 모두가 나가서 빅텐트에서 경선하든지, 누가 유리한지 계산하지 말고 경선을 하자"고 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 중인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안 대표 등 외부 변수와 상관없이 일단 당내 경선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1년 박원순‧박영선 통합모델과 흡사한 셈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안 대표의 과거 행보를 보면 (국민의힘에) 안 들어올 것이라고 본다. 우리대로 경선 과정을 진행하고 안 대표와 마지막에 결국 100% 시민 경선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당초 국민의힘 경준위는 예비경선에서만 100% 시민경선을 실시하고, 본 경선에선 일반 80%‧당원 20%로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한 발 양보하는 셈이다. 안 대표를 비롯해 금태섭 전 의원 등 외부 인사들의 경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당원 20% 반영은 국민의힘 측이 희생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국민의힘, 경선 미루고 '흥행' 총력전…김종인 '역할론' 관건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국민의힘 공관위는 오는 8일로 잠정 계획했던 경선 시작일을 이달 말쯤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일화 방식을 두고 출마 후보들과 당 지도부 인사들 사이에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이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공관위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인 단일화 방식 논의를 위해 일단 시간을 벌 필요가 있다"며 "경선은 이달 말에 시작해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야권 후보군들 간 흥행을 불러일으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추미애‧윤석열 파동으로 인해 야권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우후죽순 출마 선언이 이어지며 경선 판도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국민의힘에선 이혜훈·이종구‧김선동 전 의원과 조 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전 시장과 나 전 원내대표, 오신환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초선에선 김웅‧윤희숙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있어 후보군이 1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선거 직전까지 안 대표와 신경전이 이어질 경우 '막판 빅딜' 등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가 논의됐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 김문수 전 지사와 안 대표가 각각 완주를 택하며 민주당에 서울시장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단일화 작업이 후보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면 결국 그 공은 안 대표가 다 차지하고, 김 위원장의 존재감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며 "김 위원장 입장에선 올해 4월 이후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서라도 야권 후보 승리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론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