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와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3일 국회에서 비공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표면상으로는 새해를 맞아 처리해야 할 주요 입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사실상 이 대표의 '사면' 발언에 대한 배경 설명과 다른 지도부들의 의견 개진을 위한 회의였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이날 간담회는 1시간 30분여에 걸쳐 진행됐다.
이 대표의 설명 후 이어진 최고위원들의 의견 개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대표께서 최고위원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모두 경청했다"며 이 대표가 상당한 시간을 의견을 듣는 데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발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권 내부는 물론 상당수 지지자들까지 반발하는 등 반대 여론이 강한 만큼 당분간 사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쪽으로 뜻이 모아진 것.
사면 카드를 꺼낸 지 불과 며칠만에 다시 거둬들여야 하는 이 대표로서는 이번 최고위의 결정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 등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여권 인사의 대부분이 사면에 반대 의견을 낸 점도 이 대표에게는 아쉬운 지점이다.
여기에 대선 국면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대권 경쟁자 중 한 명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나까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사면권을 지닌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입장을 유보, 논란을 피해감과 동시에 사면 반대론이 강한 친문 지지층을 껴안는 전략을 택했다.
다만 이 대표가 사면을 언급한 것이 대권 주자로의 독자적 행보에 나선 것이 아니라, 문 대통령 대신 총대를 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박수현 홍보소통위원장은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하든 안 하든, 임기 내이든 다음 정권으로 넘기든 모두가 문재인 대통령의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운명'"이라며 "이낙연 대표 역시 임기 내에 이 문제를 처리하든 아니면 '고의4구'를 던져 다음 대표에게 짐을 미루든 선택해야 한다.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도 사면 문제는 '운명'"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긴급간담회 후 '사면과 관련해 청와대와 일정 부분 교감을 하셨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 최고위의 신속한 대처로 사면론과 관련한 여권 내 논란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겠지만, 관련 논의는 조만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오는 14일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이 예정돼 있는 데다, 그 이후에 있을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때도 이 문제와 관련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일단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겠다"며 판결에 다른 여론의 추이와 박 전 대통령 측의 사과 여부 등에 따라 다시 사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