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후 쓰러진 고인을 장기간 방치한데다 고인의 폭행을 확인할 CCTV도 사라져 은폐 의혹도 일고 있다.
경찰은 사설 응급구조단 단장 A(42)씨를 상해 치사 혐의로 구속했지만,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의 공범 여부도 조사 중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출근했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응급구조사 B(42)씨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1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김해의 한 사무실에서 응급구조사인 B(42)씨를 여러 차례 폭행했다. 폭행에 잠든 B씨를 의자에 눕히고 퇴근했다.
이후 다음 날인 25일 오전 구조단 법인 대표이자 아내인 C씨와 직원 D씨, C씨의 지인과 함께 제대로 걷지 못하는 B씨를 차량에 태웠다.
A씨는 B씨의 집 인근에 도착한 뒤 오후 5시 16분쯤에서야 "사람이 죽었다"고 119에 신고했다. 주거지에 도착한 후 9시간 가까이 신고하지 않은 채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과 차량 등에 머물렀다.
경찰은 A씨를 현장에서 곧바로 체포했다. B씨의 몸에는 피멍 등 폭행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24일 오후 1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12시간 동안 잔혹한 폭행과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A씨가 개인 업무를 본 시간을 제외하고 B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가 지시 위반등의 이유로 폭행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며 폭행 혐의만 시인했다. B씨를 옮길 때는 의식이 있었지만, 집 인근에 도착한 후에야 숨졌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국과수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 B씨가 상습적으로 폭행과 학대, 강요 등을 당하고 임금체불도 있었다는 점을 확인 중에 있다.
B씨를 옮길 때 동행한 아내 등 직장 동료들의 폭행 가담 여부와 또 다른 괴롭힘 등이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