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산재가 바보 같은 죽음?…황당한 안전보건공단 교육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재사고 관련 VR 콘텐츠 제작
노동자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산재?
"바보 같은 죽음, 당신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황당한 설명 붙여

고용노동부 산하의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산재사망을 희화화하는 교육영상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30일 홈페이지의 안전보건자료실에 동영상 VR 콘텐츠 6개를 올렸다. 산재 사망사고가 다발하는 추락, 끼임, 질식 등 재해유형과 관련한 교육영상이다.

그런데 영상의 제목이 문제가 됐다. 산재사망을 '바보 같은 죽음'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상 제목은 각각 △말림-바보 같이 죽는 방법 △끼임-바보 같이 죽는 방법 △깔림-바보 같이 죽는 방법 △질식-바보 같이 죽는 방법 △추락-바보 같이 죽는 방법 △충돌-바보 같이 죽는 방법 등이다.

해당 게시물을 클릭하면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VR로 체험해보세요. 바보 같은 죽음, 당신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라는 설명이 나와 있다.


영상 곳곳에서는 사고 원인을 노동자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는 모습도 나온다. 가령 '끼임-바보 같이 죽는 방법' 영상에는 압착기기를 쓰는 노동자가 "양손으로 눌러서 작업하려니 귀찮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게시된 교육영상. 노동건강연대 제공
'추락-바보 같이 죽는 방법' 영상에선 고소작업대에서 작업하려는 한 노동자가 "아직 올라가면 안 될 것 같은 데 괜찮겠느냐"고 묻자 다른 노동자가 "괜찮다. 정 불안하면 뒤에 안전등이나 켜 놔라"고 답한다.

노동건강연대 정우준 사무국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노동자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산업안전보건공단마저 산재사망의 원인을 (기업과 정부의 관리 책임 부실이 아닌) 노동자 개인의 탓으로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산재사망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노동자 산재사망과 관련해 주요한 이슈다. 특히 해당 영상을 올린 시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이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산재사고의 원인을 노동자 개인의 잘못으로 부각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공단 측은 "해당 영상은 2013년도 칸 국제광고제에서 5개부문 대상을 수상한 호주 멜버른 철도공사 사망사고 방지 캠페인(Dumb ways to die, '바보같이 죽는 방법 21가지')의 제목을 참고해 제작했다"며 "제작 의도와는 다르게 적절하지 않은 제목으로 산재피해자 및 가족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한편 공단은 해당 영상이 논란이 되자 홈페이지에서 산재 관련 VR 콘텐츠를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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